영화 - 누들

2008-07-28     이경철
전쟁으로 남편을 둘이나 잃은 승무원 미리(밀리 아비탈)는 남편과 별거중인 언니, 철 든 조카와 함께 살고 있다.

미리는 비행을 마치고 귀가했다가 중국인 가정부에게서 "한 시간만 아들(바오치 천)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가정부는 밤까지 돌아오지 않고 다음날 아예 연락이 끊겨버린다.

여섯살 난 아이와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으니 이름조차 알 수 없다. 미리 가족은 국수를 후루룩 먹어치우는 아이에게 "누들"이란 별명을 붙여준다. 미리 가족은 가정부의 집을 겨우 알아내 찾아가지만 이웃들은 가정부가 중국으로 추방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스라엘 출신 아일레트 메나헤미 감독의 영화 "누들"은 따뜻한 영화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어른과 아이의 어색하고 불안한 동거는 서서히 가슴 찡한 가족애로 바뀌어 간다.

흥미로운 점은 미리와 꼬마 누들이 서로 정드는 과정에만 집중하지 않고 어른들의 복잡한 세계를 담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연의 감정과 소통의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미리와 언니, 형부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미리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 마티와 미리, 언니 사이에 또 다른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여기에 거듭되는 전쟁 등 이스라엘의 복잡한 사회상이 겹쳐지면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어른들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인간 관계를 자연스럽게 풀어 나가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결국 꼬마 누들로 인해 하나로 통합된다. 어른들이 사랑놀이에 휘둘리는 사이 꼬마 누들은 오로지 엄마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그런 누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상처를 위로받고 성장해 나가는 셈이다.

아역 배우 바오치 천의 연기는 상당한 볼거리다. 8살 난 천은 아이답게 신나게 웃다가도 떠나간 엄마를 생각하면서 가슴 찢어지게 우는 고난이도의 장면들을 풍부한 감정을 담아 연기했다.

게다가 전체 관람가 등급의 가족영화라고 상영시간 내내 잔잔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후반부, 미리 가족이 합심해 누들의 엄마를 찾아나서는 과정은 웬만한 스릴러보다도 가슴 조마조마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는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14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