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마더 데레사

2005-01-17     윤종원
종교갈등과 내전으로 시끄럽던 1946년 인도의 캘커타. 기차역을 걸어가던 데레사 수녀는 길바닥에 버려진 것처럼 누워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와 얼굴을 맞댄 수녀는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여 힘들게 내뱉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목이 말라요." 그 목소리를 들은 수녀는 자신이 있어야할 곳은 수녀원이 아닌 길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라는 호칭처럼 세상을 품에 안은 성인(聖人) 데레사 수녀의 삶을 한 폭스크린 속에 되살려낸 영화 "마더 데레사"가 21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데레사 수녀가 수녀원에서 길거리로 나오게 되는 그 "결정적 순간"의 대사처럼 목마르게 시작한다. 캘커타 빈민촌에 가득한 버려진 아이들과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먹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이 외면해온 목마름이다.

"부르심 속의 부르심"을 듣고 길거리로 나온 데레사 수녀는 수녀복 대신 흰색에 푸른 줄이 쳐진 사리를 두르고 낡은 샌들 하나만 신은 채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수녀를 내쫓던 인도 사람들도 점차 수녀의 사랑에 마음을 열고 수녀는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해 빈민가에 아이들의 보호시설과 의료시설을 만든다. 수녀의 따뜻한 손길은 전세계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그 과정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사랑의 선교회"에 검은 돈이 유입됐다는 의혹과 아이들을 팔아넘긴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데레사 수녀는 곤경에 빠지고 법정에 서야할 위기에 놓인다.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신다"는 데레사 수녀의 말처럼 이 영화 역시 작고 소박하지만 그것이 전해주는 감동만큼은 그 어느 영화보다도 작지 않다.

영화는 30대 중반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데레사 수녀의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종교를 뛰어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물한다. 데레사 수녀에게 전염돼 평생을 같이 사랑을 퍼나르는 다른 수녀들과 신부들의 삶도 아름답다.

파브리지오 코스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해 제작한 이 영화에서 데레사 수녀역은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가 맡았다.

긴 머리를 휘날리던 15살 줄리엣은 구부정한 등과 깊게 패인 주름이 더 아름다운 데레사 수녀로 거듭났다. 이제 50줄을 넘긴 올리비아 핫세의 가지런히 모은 두손에서는 데레사 수녀를 닮아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