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레지던트 이블3

2007-10-08     이경철
스타일리시한 좀비 영화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2002년과 2004년 개봉한 1, 2편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흥행을 거두며 속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놓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레지던트 이블3-인류의 멸망"(원제 Resident Evil:Extinction)인데, 한국보다 개봉이 한 달가량 빨리 이뤄진 미국에서는 첫 주말 3일 동안 2천368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기대에 부응했다.

이는 어찌 보면 전작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속편이 갖게 마련인 후광 효과의 영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스파이더맨3"가 그랬고 "캐리비안의 해적3"가 그랬으니 말이다.

"레지던트 이블3"에서는 "제5원소" "잔 다르크"의 밀라 요보비치가 전편들에 이어 다시 주인공 앨리스 역을 맡았고 전편에서 공연했던 오데드 페어(칼로스 역)와 마이크 엡스(L.J. 역), 아이에인 글렌(아이삭스 박사 역)이 같은 역으로 돌아왔다.

또 "데스티네이션"의 앨리 라터(클레어 역), "코치 카터"에 출연했던 인기 가수 출신의 아샨티(베티 역), "에라곤"의 크리스토퍼 이건(마이크 역) 등이 새로운 멤버로 가세했다.

영화는 엄브렐러 회사의 추적망을 피해 지구를 떠돌던 앨리스가 미국 네바다 사막 라스베이거스 인근에서 클레어가 이끄는 일련의 생존자 집단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1편에서 슈퍼컴퓨터 레드퀸을 파괴하기 위해 지하의 거대한 유전자 연구소 "하이브"에 투입됐던 특공대원 칼로스와 L.J. 등도 포함된 이 생존자 집단은 궁극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지역을 찾기 위해 작은 마을들을 떠돌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간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는 좀비들이 득시글대는 아수라장으로 황폐화되고 앨리스와 생존자들은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좀비들과 죽고 죽이는 사투를 거듭한다.

전편들에 비해 더욱 강력해진 전투능력을 가진 앨리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규모 새떼의 습격으로부터 생존자들을 구해낸다.

한편 아이삭스 박사는 더욱 깊숙한 지하기지로 이동한 엄브렐러 회사에서 앨리스의 복제인간들을 이용해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생존자들에게 청정지역인 알래스카로 이동할 것을 권유하던 앨리스를 라스베이거스에서 발견한 아이삭스 박사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특수팀을 출동시키지만 오히려 앨리스에게 반격을 당하고 앨리스를 피해 도망치던 박사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좀비에게 물린다.

본부로 돌아온 박사는 스스로 "앨리스 백신"을 수 차례 투여하지만 그 결과 자신이 새로운 돌연변이 괴물로 변해 버리고 괴물이 된 아이삭스 박사와 앨리스는 목숨을 건 최후의 사투를 벌인다.

"레지던트 이블3"는 1, 2편의 성공을 뛰어넘고자 만든 야심작인 만큼 몇 가지 인상적인 볼거리가 등장한다.

일단 좀비를 죽이는 장면이 전편들보다 훨씬 잔인하고 세밀하게 묘사된다. 작살같이 생긴 화살이 날아가서 좀비의 양미간 사이에 박히는 장면을 슬로 모션과 클로즈업이 가미된 스타일리시한 촬영 테크닉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전편들에서 볼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새로운 볼거리는 좀비의 시체를 파먹고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상하게 변한 대규모 괴물 새떼의 등장이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새"를 연상시키는 "좀비 새떼"들의 습격은 단순히 전편의 답습에 그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가상한 의지와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설정이다.

영화사에서 입에 침을 튀기며 홍보하고 있는 "사막으로 황폐화된 라스베이거스"의 모습은 기대만큼 스타일리시한 "포스트-묵시록"적 비주얼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시고니 위버의 "에일리언 시리즈"를 모방한 것 같은 결론부다.

앨리스의 복제인간이 캡슐에 무수히 담겨 있는 마지막 장면은 그 자체만이라면 충분히 충격적이고 의미심장한 비주얼이지만 이미 "에일리언" 시리즈 등에서 많이 써먹었던 설정이라 식상할 뿐 아니라 제작진의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1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