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개구리"로 인체 장기 보관 연구

2004-12-13     윤종원
기온이 섭씨 0도 이하로 내려가면 단순히 겨울잠을 자는 게 아니라 몸안 수분의 65%가 얼음덩어리로 변했다가 기온이 풀리면 소생하는 숲개구리(wood frog)의 신비한 체내 화학작용을 이용해 인체 장기 보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이 `얼음 개구리"는 수은주가 0도 이하로 내려가면 우선 피부 바로 아래에 얼음 결정체가 생기기 시작한다. `슬러시(진창눈을 뜻하지만, 여름철 마시는 얼음알갱이들로 된 반 유동성 음료)"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

수은주가 더 내려가면 동맥과 정맥 등 핏줄을 따라 점점 몸 깊숙이 얼음이 얼고 심장과 뇌는 활동을 멈추며 눈은 유령같이 흰색으로 동결한다.

칼튼대의 켄 스토리 교수는 "얼음 덩어리에 녹색 페인트를 칠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개구리가 죽은 것은 아니고 날이 해빙되면 수시간 만에 정상 상태로 돌아와 심장이 다시 뛰고 아무 신체 이상없이 폴짝 거리며 뛰어다니게 된다.

인간 과학자들이 아직 풀지 못한 냉동 보관과 해동 기술을 한꺼번에 해결한 이 숲개구리의 기술을 연구하는 인간의 노력은 쥐나 돼지 실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숲개구리외에 회색 나무개구리, 소수의 모충(毛蟲) 등도 동결 능력이 있으나 이것들은 성체(成體)가 됨에 따라 이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숲개구리의 극저온학의 요체는 몸안에서 생긴 자연 부동액으로 세포는 얼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사실.

숲개구리들은 겨울이 오기전에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녹말을 간에 저장하며, 기온이 떨어져 동결 작용이 시작되면 이 녹말이 대부분 포도당으로 바뀐다. 말하자만 극심한 당뇨병에 걸리는 것이다.

포도당은 개구리 세포 내부의 수분 결빙점을 낮춰줌으로써 세포 주변 공간의 수분이 얼음덩어리로 변하더라도 세포 자체는 액체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세포안의 수분도 얼게 되면 얼음 결정체가 내부의 모든 것을 파괴, 정말 죽게 되므로 세포가 얼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이식용 인간 장기는 얼리지 않고 특수 용액에 담아 차게 보관하는데 이런 상태에선 콩팥은 48시간, 심장은 불과 4시간만 보관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글리세린이 숲개구리의 포도당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쥐의 간을 떼어내 글리세린을 채워 얼렸다가 해동한 뒤 다른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또 북극의 물고기가 수온이 빙점 이하로 내려가도 몸이 어는 것을 막는 특수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에 착안, 실험실에서 돼지 심장을 24시간 반쯤 얼렸다가 다른 돼지에 이식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동결보다 얼었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해동 기술.

숲개구리는 아직 인간 과학자들에게 이 모든 비법을 전수해주지 않고 있지만 그비법이 무엇이든 "결국 마술이 아니라 물리화학"이라고 스토리 교수는 희망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