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보험사 손해율 관리?"…비급여 관리법안에 의료계 폭발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 두고 개원가 중심으로 거센 반발 확산 국가가 비용 한 푼 안 내면서 급여보다 무거운 규제로 진료 자율성 말살 획일적 가격 및 진료기준 적용 시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 진료 위축

2026-11-06     정윤식 기자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의료계가 최근 국회에 발의된 ‘비급여항목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두고 진료 자율성을 말살하는 과잉 입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와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김완호)는 11월 6일 성명서를 통해 백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제정안이 일선 의료기관을 과도한 행정 규제와 처벌로 옥죌 것이라며 법안 제정 추진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비급여 항목 관리를 위한 위원회 설치,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비급여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은 물론 급여 청구 시 비급여 내역 제출, 진료기록부 작성 시 국가 고시 표준코드 사용 강제, 실손보험 정책 연계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두 단체는 제정안이 비급여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고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입을 모았다.

대개협은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고, 환자 개개인의 필요에 맞춘 최선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진료”라며 “국가가 가격을 정하고 진료 방법까지 지침으로 통제하는 것은 이름만 비급여로 남긴 사실상의 강제 급여화이자 가격 통제”라고 비판했다.

즉,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진료 재량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대개협은 이어 "정부는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진료를 의무화하면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문제는 오랫동안 외면해 왔다"며 “공백을 메워 온 비급여마저 통제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정형외과의사회 역시 공적 의료보장 체계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시점에서 저수가·저보장·저부담 체계의 근본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의료현실에 대한 인식 변화 없는 획일적인 기준 적용은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설명·동의 의무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조항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조항은 수술·수혈·전신마취 등의 설명·동의 위반에 대한 과태료보다 무거운 제재로, 명백히 비례성을 상실한 과잉 규제라는 것.

다시 말해 현행 의료법에 따라 비급여 고지 제도가 이미 시행 중인 상황에서 겹겹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만을 가중한다는 의미다.

대개협은 “단순한 행정 착오나 누락까지 과태료로 다스리는 것은 의료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처사”라며 “급박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진료 현장에서 서류 한 장의 누락까지 처벌한다면,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보다 서류를 먼저 챙겨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의 실손보험 정책 연계 규정(제15조, 제16조)에 대해서는 민간 보험사의 영리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대개협은 “국민의 민감한 진료 정보와 보험 정보를 국가가 한데 모아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국가가 민간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를 대행해 주는 꼴”이라며 “환자의 의료 정보가 민간 보험 영역으로 유출될 통로를 열어 주는 위험천만한 조치”라고 경고했다.

정형외과의사회도 "자칫 법안 의도와 달리 민간 영리기업인 보험사의 상품 손해율 관리나 이윤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제정안이 공적 의료보장 정책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모든 선진국가의 의료보장은 자유시장의 '소비자주의(시장 논리)'와 국가 제도의 '관료주의(통제 논리)'에 종속되지 않는 '제3의 논리' 즉, '전문직업성(프로페셔널리즘)'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전문가 단체와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는 게 두 단체의 주장이다.

대개협은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의 우려를 외면하고 입법을 강행한다면, 전국 개원의들의 총력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입법 추진의 즉각적인 철회를 거듭 촉구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