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시대 병원경영관리자의 관계관리역량
김영훈 (사)건강안전복지연합 병원경영연구원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지 10년 지난 지금, 기획안 초안 작성부터 방대한 데이터 분석까지 단 몇 초 몇 분 만에 AI가 해치우는 AI시대가 왔다.
우수한 AI정보 활용으로 짧은 시간에 전문가적 정보 검색 및 활용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종전과 크게 다른 이 시대의 병원경영관리자 역할은 무엇일까?
다양한 역할이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아날로그적 인간관계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경험적 지식의 전수라는 경영관리자의 무기가 사라져가는 현 시대에서 관계관리역량이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아무리 AI의 활동범위가 넓어진다고 해도, 오직 인간 리더만이 할 수 있는 독점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잘 이끌고 동기부여하며 관계하는 것은 AI가 할 수 없는 일로서, AI가 아닌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이 관계관리역량이다.
디지털로 인한 피로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날로그적으로 풀어가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관계관리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마이크로 매니징(Micro manag ing)은 관계관리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역량의심(직원들이 해 낼 능력이 없다고 생각), 몰입의심(내가 안 챙기면 직원들이 딴 짓을 한다고 생각), 성과의심(직원들이 성과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이 커질수록 마이크로 매니징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마이크로 매니징은 신뢰결핍, 참여수준 저하, 시키는 일만 수행, 생산성 저하, 의사결정 포기, 이직률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에 주목하여야 한다.
마이크로 매니징보다는 AI가 인간에게 절대 해 줄 수 없는 ‘의미, 명분, 가치, 보람, 성장’을 중심으로 한 관계관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통제중심의 마이크로 매니징 대신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보이지 않는 신뢰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이라는 유기체를 돌아가게 만드는 관계적 스킬인 긍정적 휴먼웨어(Humanware)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휴먼웨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4가지 기둥(TEFP)을 잘 세워야한다.
신뢰(Trust) 기반 속에 소통을 할 수 있는 관계 형성, 구성원에 대한 이해와 동기부여(Engagement), 성과(Performance) 중심의 방향제시와 부서의 핵심성과지표를 명료하게 공유, 공정(Fairness)하고 일관된 부서 운영이 그것이다.
이 4가지 기둥이 무너지면 바람직한 관계관리가 어렵다.
그리고 휴먼웨어의 가치는 IQ(지능지수)·EQ(감성지수)· HQ(인간지수)가 조화롭게 결합된 3Q Leadership으로 자리매김 될 때 극대화될 수 있다.
HQ는 Humanity Quotient의 약자로서, 인간다운 가치·배려·윤리성·도덕성·선의에 기반하여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능력을 의미한다.
EQ가 감정의 기술이라면 HQ는 인간의 본질적 품성과 품격이다.
IQ만 높으면 논리적일 수는 있지만 조직장악력이 떨어질 가능성 있고, EQ만 높으면 관계는 좋지만 전략과 판단력 부족으로 방향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으며, HQ만 높으면 따뜻하지만 실행 관리력이 약해 조직기동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최첨단 AI 시대를 살아가는 병원경영관리자들의 리더십 모델로 3Q를 제시하지만, 2,000년 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던 수사학의 3요소와도 일맥상통한다.
논리성을 뜻하는 로고스(Logos), 공감성을 뜻하는 파토스(Pathos), 신뢰성과 인격을 뜻하는 에토스(Ethos)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본질은 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AI시대에서도 인간은 인간다움으로 관계해야함이 옳다.
그렇다면, 병원경영관리자의 HQ가 가장 빈번하면서도 강력하게 발휘되는 실무적 행위가 무엇일까?
피드백(Feedback)이다. 피티 드러커(Peter Drucker)는 피드백을 “인간의 삶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자 역사상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학습 방법이다”라고 하였다.
다만 피드백은 양날의 검과 같아 올바른 피드백으로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도 있지만, 올바르지 못한 피드백을 하게 되면 독성리더가 될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좋은 관계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올바른 피드백을 하고자 할 때, 5가지 질문으로 이루어지는 AAR(After Action Review) 기법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누구의 잘못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당초 기대한 게 뭐였는가”로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다음에 이 일을 다시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로 이루어진다.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사실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탓하려고 피드백을 하는 게 아니며, 시스템의 결함을 찾고 다 같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바람직한 관계관리역량을 강화해 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화를 주체 못 하고 폭언을 내뱉는 학대적 피드백이나, 거짓된 칭찬으로 직원을 교묘하게 조종하려는 이기적 피드백을 하는 것은 관계관리를 포기한 행위이다.
더욱이 직원과 얼굴을 붉히고 갈등 빚는 게 싫어서 쓴 소리를 안 하고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방치행위로서, 직원이 자기 약점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버린 것과 같다.
피드백이 올바로 실행되지 않으면 병원조직 내 사회적 태만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혼자 로프를 당기는 사람은 63kg의 힘을 쓰고, 3인이 로프를 당기는 경우에는 1인당 53kg의 힘을 행사하며, 8인이 로프를 당기는 경우에는 1인당 31kg의 힘을 행사한다는 링겔만 연구결과가 사회적 태만의 대표적 예이다.
또한 올바른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직원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직원의 긍정적인 기분과 감정 상태가 곧바로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진다는 기분경제(Feel Economy)를 망치는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생산성을 눈에 띄게 갉아먹는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 행위로 규정해야 한다.
어느 조직에서든 경영의 본질은 결국 신뢰관계의 경제 위에 세워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다움으로 인간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뿌리내리지 못하면 그 어떤 수십억 원짜리 AI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그 조직은 결코 일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때이다.
AI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통째로 집어삼키면서 위협하는 이 시대에, 오히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관계관리역량이 가장 대체 불가능한 경영 무기가 된다.
AI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관계관리역량의 가치는 더욱 존중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사람처럼 만들어 가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과 시간을 쏟아 붓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 인간들은 기계가 아닌 진짜 인간답게 행동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인간다운 HQ를 발휘하면서 동료들과 소통하기 위해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차갑게 느껴지는 병원조직 내 관계의 온도를 단 1도라도 높이는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을 써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