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종합]병원 가업상속공제 제외 국감서 이슈화
재정경제위 이어 복지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나와 여야, 정쟁보다 차분한 분위기서 정책 국감으로 다양한 의견 제시 지역의료 격차, 의료정보 유출, 공보의 부족, 국립대병원 지원 등 질의
병원의 가업상속공제 제외가 2026년 국정감사 이슈로 떠올랐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과 모순돼 오히려 기존 지역 병원들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만희)는 10월 7일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청을 대상으로 2026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그 어떤 국감보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2026년 보건복지위 국감 첫날 여야 위원들은 지역의료 격차, 의료정보 유출, 공보의 부족 공론화, 국립대병원 지원 등 다양한 질의로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재정경제위에 이어 보건복지위도 문제 삼은 ‘가업상속공제’
이번 국감에서 병원의 가업상속공제가 병원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앞서 정부는 8월 4일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사업분류 세세분류 기준으로 법률에 명시하고 가업의 정의와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한 바 있다. 문제는 오히려 개정안이 강조하는 ‘전문기술·경영상 노하우 승계’에 가장 부합하는 업종인 병원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10월 6일 재정경제위에서 진행된 재정경제부 국감에서도 병원 가업상속공제 제외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위원은 국감에서 “가업상속공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원래는 공제대상에 포함됐던 병원이 개편안에서 제외돼, 자칫 우리 동네에 필수의료 병원이 문을 닫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직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이라 보기 어렵다고 얘기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변호사, 세무사같은 직종과 병원, 특히 필수의료 병원은 이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국회가 ‘필수의료 강화 지연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작 가업상속공제에서 병원을 제외한다면 제도의 정합성에 모순이 생긴다며 최소한 필수의료 병원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날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는 가업상속공제에 병원이 제외된 것을 두고 복지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김태호 위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업이 제외돼 지금 병원 현장이 시끄러운 것을 알고 있나”라며 “이 법이 나오기까지 복지부장이 재경부와 어떤 협의를 했길래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위원은 “기본적으로 병원이 존립에 필요한 운영 준칙이 있을 것인데 그런 기준에 맞게 하면 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불법적인 부분에만 조건을 강화해 그 조건을 못 지키면 바로 처벌이나 추징을 할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지역병원을 살리겠다고 해 놓고 또 한 손으로는 이렇게 의료의 대를 끊을 수도 있는,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문턱을 높인다면 누가 믿겠나? 어떻게 이렇게 모순되게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은 거듭해서 “편법 상속 같은 것은 막아야 하지만 응급실, 분만실의 기능, 의료진의 일자리, 주민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 등 이런 부분들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며 “그런 부분들을 제대로 판단해 병원 승계를 막아 지역의료의 대를 끊는 일이 없도록 장관이 책임지고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이러한 의견에 보건복지부는 현재 관련 법에 대한 관계 부처 검토가 진행 중에 있는 만큼 재경부와 협의를 통해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은 “복지부 입장에서는 특히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를 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프라 유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현재 법 개정이 국회에서 검토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 개정 과정에서 이런 내용들이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서 “기본적인 원칙을 정하고 관계 부처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복지부도 의료 분야에서의 특수성에 대해서 의견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공격형 사이버보안 도입 필요…의료기관 영상보안 기준 제도화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의 사이버보안 체계와 의료기관 영상보안도 국감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한지아 위원은 보건의료, 유전체 정보 등 민감정보를 다루는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의 사이버보안 체계가 해킹 위협의 고도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스스로 취약점을 찾아내는 ‘공격형 사이버보안’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위원은 “주민등록번호는 바꿀 수 있지만 보건안보와 관련된 인체정보, 유전체정보, 보건의료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바꿀 수 없는 불가역적 정보”라며 “AI 시대에는 해킹도 상시화,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공격형 사이버보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격형 사이버보안은 AI 에이전트나 화이트해커 등이 실제 공격자처럼 시스템을 모의 침투해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미 감사원과 일부 정부 부처는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복지부와 산하 기관에는 관련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
또 국립대병원이 올해 복지부로 이관됐음에도 복지부 정기 보안검사 대상에서 빠진 점도 지적했다.
한 위원은 “국립대병원의 복지부 이관을 담은 법이 지난 2월 공포됐는데 3월 수립한 정기 보안검사 계획에는 국립대병원이 모두 빠졌다”며 “올해 전남대병원과 강원대병원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영상 관련 정보가 유출되고 업무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복지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복지부의 현장 보안점검 방식도 문제라고 했다. 복지부 본부와 소속, 산하기관 등 42개 기관 가운데 매년 현장점검을 받는 곳은 14곳에 그치고, 그마저도 순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위원은 “한국보건의료정보원, 한국공공조직은행,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 광범위한 보건의료정보와 인체정보를 다루는 기관들이 보안 취약 문제로 무거운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며 “보건안보 최전선에 있는 기관일수록 고도화된 보안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은경 장관은 “보건의료정보가 굉장히 민감한 정보라는 데 동의하고 현재 보안 수준이 부족하다는 데도 동의한다”면서 “공격형 사이버보안을 포함해 실효성 있게 보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기술적 전문성이 모두 필요한데, 어떻게 확보할지 계획을 세워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의료기관의 CCTV 영상 해외 유출 사태 문제도 대두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위원은 산부인과·성형외과 등 국내 의료기관의 수술실·회복실·진료실 영상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 유출되고 있다면서 앞서 국내 의료기관 영상 최소 80건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9월 2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보건의료 분야의 보안을 강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민관 합동으로 의료분야 정보보안 강화 대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불법 영상은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유출 경로를 확인하겠다며 현재로서는 IP카메라가 문제로 지목되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힌 정 장관이다.
이어 “의협·병협과 이 문제를 논의해 자체 보안점검과 강화를 요청했고, 의협은 자체 점검과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의료계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수술실은 영상 촬영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돼 있는데, 의무화된 수술실 영상 기록은 IP카메라가 아니라 CCTV로 하게 돼 있어 폐쇄망 안에서 보관된다”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보안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이번 문제를 제기한 허종식 위원은 “환자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 담긴 영상이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 떠돌고 있다”며 “장관이 약속한 민관 합동 대책이 말에 그치지 않도록, 의무 수술실 CCTV뿐 아니라 병원이 설치한 모든 영상기기에 대한 보안 기준과 점검 의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 공론화해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위원은 복지부가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은 “의대생의 현역 입영이 2년 만에 11배로 증가해 공중보건의 편입 인원이 2023년에서 2025년 2년 만에 6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가장 중요한 의과의 경우도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향후 계속 이런 경향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불가피하게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해 볼 단계가 됐다”면서 “국방부에 확인을 해 보니 공론화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으로 복지부에서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수도권 병상 확대,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불가능
수도권 대형병원 설립으로 인한 인력 쏠림으로 5극 3특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위원은 “수도권의 대형병원이 지금 10곳 이상 6,262병상이 계획돼 있다”며 “5극 3특, 얘기하고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만들겠다 하는데 결국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생기고 블랙홀처럼 의료인력을 다 빨아들이면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가 갖춰지겠나”라며 “이게 가능하지도 않고 실제로 지역의료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은 핵폭탄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은경 장관은 “2025년부터 병상에 대한 승인제도가 생겨서 병상 승인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데, 승인할 때 인력 확보 계획이나 아니면 수도권으로서 인력이 쏠리는 것을 어떻게 제외하고, 예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영향평가나 조건이나 이런 것들을 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 위원은 “수도권 설립을 가속화 시킬 것이고 의료인력이 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면 애초에 정부가 하고자 하는 5극 3특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게 자칫 잘못하면 정말로 지역의료를 붕괴하는 방아쇠가 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 때문에 심각성을 가져야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따라서 최근 승인된 세 개 병원의 경우 정말로 지역 의료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인력의 수급의 경로를 파악해 해야 하고 분원별 필요 의료인력 규모, 또 의료인력의 예상 충원 경로, 비수도권 의료인력 유출 가능성,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유출 가능성 그리고 이에 대한 보완책들이 시급하게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 한다”며 “이것을 어떻게 이행하고 관리를 할 건가에 대한 실행 가능한 방안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농어촌·중소도시의 필수의료 기반을 확충하고 응급상황에서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지역의료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소아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수사·압수수색이 진료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개선할 필요성 일부 진료과·의료기관에 집중된 비급여 진료의 관리 강화,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에 따른 안전관리 및 의료접근성 확보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간호사 ‘태움’ 등 의료기관 내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조직문화 및 근무환경 개선, 환자안전사고의 반복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보고·분석체계 강화 등 보건복지 정책 및 기관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