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재활의 목표, ‘다시 걷기’에서 ‘다시 살아가기’로

병원 안의 기능회복을 넘어 실제 생활과 지역사회 복귀까지 연결하는 재활이 필요하다

2026-09-21     병원신문

공동기고

안승헌 PhD, PT · 이준민 PhD, PT/국립재활원 물리치료사·연구자

 

공동 기고자 안승헌 박사(사진 오른쪽)와 이준민 박사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담당하면서 반복해서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병원에서는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환자가 왜 퇴원 후에는 외출을 어려워할까. 치료실에서는 일정 거리를 걷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왜 실제 거리에서는 이동을 두려워하고 활동범위를 줄이게 될까.

이 질문은 결국 ‘재활의 성공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와 연결된다.

보행속도와 보행거리, 균형능력은 지금도 뇌졸중 재활에서 매우 중요한 평가 지표다. 그러나 환자의 삶에서 보면 기능회복은 재활의 출발점이지 마지막 단계는 아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방향을 바꾸고 장애물을 피하며, 계단과 경사로를 오르내리고, 일정 시간 이상 계속 걸어야 한다. 신체적으로 걸을 수 있더라도 넘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외출을 피한다면 지역사회 참여로 이어지기 어렵다.

병원 안의 ‘걷기’를 실제 생활까지

필자들이 여러 공동연구자들과 수행한 2026년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7편과 국내학술지 4편 등 총 11편이다.

각 연구의 대상과 설계는 서로 다르지만 연구질문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병원에서 얼마나 잘 걷는가 → 혼자 이동할 수 있는가 → 실제 환경에서도 이동할 수 있는가 → 다시 일상과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가.

연구의 출발점은 임상에서 사용하는 보행평가였다. 짧은 거리와 장거리 보행검사의 관계를 살펴보고, 보행로의 길이나 경로 같은 검사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같은 ‘보행속도’라는 수치라도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측정했는지를 함께 기록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는 이후 직선보행에서 균형과 방향전환, 여러 방향으로 이동하는 능력으로 확대됐다. 입원 초기 평가에서는 균형과 다방향 이동능력을 반영하는 평가가 퇴원 시 독립보행과 기능적 독립을 구분하는 데 유용한 선별정보를 제공했다.

이는 특정 점수 하나로 환자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보행속도뿐 아니라 균형과 방향전환을 함께 봐야 환자의 이동능력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의 시선은 병원 밖으로 향했다

연구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실제 생활환경으로 확장됐다.

최근에는 계단, 경사로, 내리막, 환경전환 등 지역사회에서 요구되는 이동을 구조화해 반영한 300m 지역사회 기반 보행검사의 측정특성을 살펴봤다. 이는 기존 실내 보행검사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가 다양한 환경 변화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추가로 평가하기 위한 접근이다.

별도의 연구에서는 보행지구력과 균형에 대한 자신감이 제한된 지역사회 보행과 독립적으로 관련됐다. 만성기 환자에서는 균형 자신감이 지역사회 복귀와 관련됐고, 넘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활동을 피하는 행동 역시 지역사회 복귀 제한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신체기능이 좋아지는 것만으로 실제 삶의 회복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얼마나 오래 걸을 수 있는지, 얼마나 자신 있게 움직이는지, 두려움 때문에 활동을 피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재활에서 신체기능이 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회복된 신체기능이 실제 이동과 일상생활, 사회참여로 이어지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퇴원 이후’를 더 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앞으로 필요한 과제도 분명해졌다.

첫째, 병원에서 확인한 기능이 퇴원 후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장기간 추적해야 한다. 환자에게 중요한 결과는 퇴원 당시의 검사점수뿐 아니라 3개월, 6개월, 1년 뒤 어디까지 이동하고 어떤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가일 수 있다.

둘째, 한 기관에서 얻은 결과를 다양한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다기관 연구와 외부검증이 필요하다. 하나의 연구에서 확인된 기준값이나 측정특성이 곧바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표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셋째, 환자의 움직임뿐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자신감과 두려움, 실제 사회참여 경험도 결과로 함께 측정해야 한다.

정책과 데이터도 병원에서 지역사회까지 이어져야

이러한 연구가 실제 임상으로 이어지려면 연구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병원마다 측정방법과 기록방식이 다르면 많은 자료가 쌓여도 서로 비교하거나 공동연구에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요 재활 결과지표에 대한 공통된 측정 프로토콜과 데이터 정의, 그리고 여러 기관이 장기간 자료를 축적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입원 중 평가에서 끝나지 않고 퇴원 후 기능과 실제 이동, 사회참여까지 연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다기관 장기추적 연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와 관계기관은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재활의료기관 간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연계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마련하고,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장기 연구가 단기간의 과제로 끝나지 않도록 제도와 예산의 지속성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검사 하나를 국가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 시작된 회복을 퇴원 이후의 삶까지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AI와 재활로봇 시대에도 출발점은 임상이다

AI와 웨어러블 센서, 동작분석, 재활로봇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데이터를 얻는 것과 그 데이터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가 환자의 회복을 평가하려면 먼저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게 측정할 것인지, 어느 정도 변화가 실제 기능변화인지, 그 변화가 실제 생활에서도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필요하다.

필자들의 연구가 AI나 재활로봇을 직접 개발한 것은 아니다. 다만 향후 이러한 기술이 무엇을 측정하고 어떤 변화를 ‘회복’으로 해석할 것인지를 검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임상적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기술의 목적 역시 치료사를 대신하는 데 있지 않다. 임상가가 환자의 회복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재활의 성과는 결국 ‘삶’에서 확인해야 한다

뇌졸중 환자가 다시 걷는 것은 매우 중요한 회복이다. 그러나 그 다음 질문도 필요하다.

그 환자는 다시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가.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가.가족과 사회활동에 다시 참여할 수 있는가.

앞으로의 뇌졸중 재활연구는 이러한 질문에 더 많이 답해야 한다.

재활의 목표는 환자를 다시 걷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앞으로의 재활평가와 연구, 기술과 정책 역시 이 목표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