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돌아온 ‘건보공단 강청희’…‘올라운더’ 면모 기대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강청희가 돌아왔다.
1995년 보건소 공중보건의사로서 공공보건의료를 처음 겪었던 그가 30여 년 만에 국내 최대 사회보험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로 실무를 진두지휘했던 그가 조직의 최고 책임자로 친정에 복귀한 셈이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임직원 인선 탓에 각종 보건의료 현안 추진의 동력을 잃어가던 건보공단 안팎에서는 당장 업무 파악의 시차를 최소화하면서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는 그의 등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강청희 신임 이사장의 비서진은 이미 꾸려졌다고 알려진 것만 봐도 그렇다.
그의 이력은 단순한 ‘의사 출신 행정가’를 넘어선다.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현장(임상 경험)을 지켰고,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의료계 입장 경험)을 맡아 의료계 정책 활동의 중심에 섰다.
이후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의사들이 진료실을 넘어 행정과 사회정책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용인시 기흥구보건소장(지방 보건행정 경험)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와 한국공공조직은행장까지 연이어 역임했다(중앙 보건행정 경험).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위원장(정무 감각 경험) 및 국회의원 선거(정치 경험)까지 겪은 소위 ‘올라운더’가 바로 강청희 신임 이사장이다.
즉, 공급자인 의료계의 생리를 철저히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지방과 중앙의 보건 행정을 두루 섭렵했으며 의사로서는 흔하지 않은 정무 감각까지 갖춘 보기 드문 이력을 지닌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공공기관 중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조직을 장악하고 복잡한 현안을 파악하는 데 별도의 예열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돋보이는 강 신임 이사장의 강점이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이지만, 신임 이사장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저보상 필수의료 수가 인상 즉, ‘균형수가’ 달성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를 지원해야 하는 건보공단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의료계 곳곳에서 거센 파열음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보상 분야의 수가를 깎아 저보상 중심의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는 해당 작업은 필연적으로 공급자의 반발을 동반한다.
기피 과목인 흉부외과 출신으로 필수·지역의료 붕괴 현장을 뼛속 깊이 아는 그가, 지난 2021년 ‘한국보건의료포럼’을 창립해 직역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현장 중심의 보건의료체계 재설계를 외쳤던 그가, 이제는 건강보험 제도의 책임자로서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서 실질적인 타협점을 도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 역시 발등의 불이다.
고령화와 고가 의약품 도입으로 지출 압박이 커지고, 지역·필수의료 인프라 강화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건보 적자 규모의 상승세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건보공단은 지출 효율화를 도모하면서도 향후 불가피한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쥐게 됐다.
여기에 3월부터 전국 시행에 돌입한 통합돌봄 서비스 안착과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등 굵직한 이슈도 건보공단의 빈틈없는 실무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통합돌봄의 실행 주체로 나선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는 더 이상 모호하게 둘 수 없는 숙제다.
장기요양보험자이자 전국 단위의 건강·요양 정보를 보유한 건보공단이 단순한 자료 제공과 행정 지원에 그치지 않고 대상자 발굴과 판정, 서비스 연계, 사후관리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때다.
아울러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수급자(2025년말 기준 약 120만 명)와 급여비 지출(17조 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더해 최근 항소심에서 패소한 담배소송의 법적 전략 재정비, 인건비 사태를 계기로 딱딱하게 경직된 거대 건보공단 내부 조직을 다독이는 내부 리스크관리 등도 오롯이 새 수장인 강청희 신임 이사장의 몫이다.
그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여러 수장을 지켜봤다.
양대 보건의료 기관의 리더십 공백와 미흡한 리더십이 국가 건강 정책에 미치는 뼈아픈 악영향과 조직의 침몰을 현장에서 자주 봤기에 이번 강청희 신임 이사장의 조속한 취임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취임 초기의 긍정적 기대감, 이른바 ‘허니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나열했듯 첩첩산중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건보공단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외부의 얽힌 이해관계를 유연하게 뚫어내는 성과가 당장 눈 앞에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강청희 신임 이사장 취임을 축하하는 샴페인 잔을 오랫동안 들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의사 출신 행정가이자 정치 영역까지 경험했던 리더로서 그가 보여줄 ‘올라운더’다운 뚝심 있는 행보와 청사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