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 치유할 ‘상생 핫라인’…위기의 병원계 구할 ‘마중물’
[병원협회 창립 67주년 인터뷰] 박종호 상생협력특별위원회 초대 위원장 갈등 넘어 생존으로…각자도생 아닌 함께 가는 의료 생태계 구축할 것 공통 가치 의제 설정으로 감정적 접근 배제한 실리적 협력 발굴 목표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대한병원협회(회장 유경하)가 역사상 처음으로 회장 직속의 ‘상생협력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올해 5월 유경하 제43대 회장 취임과 함께 새롭게 출범한 상생협력특별위원회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과 지역 필수의료 붕괴 등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병원계 내부의 반목을 치유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조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에 병원신문은 박종호 초대 위원장(센텀의료재단 이사장)을 만나 병원계 내부의 직능 및 지역 간 갈등 해소를 비롯해 실질적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위원회의 구체적인 운영 철학과 향후 로드맵을 들어봤다.
갈등을 넘어 생존으로…함께 가는 의료 생태계 구축
박종호 위원장은 회장 직속 상생협력특별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이라는 자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첫마디로 인터뷰의 운을 뗐다.
위원회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가 ‘의료계 내부의 반목을 치유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대한민국 병원계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및 인력 쏠림, 지역 필수의료 붕괴, 상급종합병원과 중소·공공병원 간 격차 등 다양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박종호 위원장은 “이제는 어느 한 직능이나 지역의 희생을 담보로 의료 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즉, 지금 의료계에서 필요한 화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실리적 상생’이라는 의미다.
박종호 위원장은 “서로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하되, 감정적 접근에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협력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위원회의 본질이자 철학”이라며 “갈등을 넘어 생존으로,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가는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겠다”라고 강조했다.
교차 라운드 테이블 정례화 및 상생 핫라인 가동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중소병원, 공공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병원계 내부의 다양한 직능과 지역별 단체는 처한 환경과 이해관계가 현저히 다르다.
박종호 위원장은 이들의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소통 매커니즘으로 ‘정기적 직능·지역별 교차 라운드 테이블’과 ‘상생 핫라인’ 가동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세 가지다.
첫째, ‘직능·지역별 교차 라운드 테이블 정례화’다.
이는 서면 중심의 보고를 탈피해 각 직능과 지역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충을 직접 듣고 토론하는 세션을 상설화하는 개념이다.
둘째, ‘갈등 조정을 위한 상생 핫라인 운영’이다.
병원 간, 혹은 직능 간에 이해충돌 발생 시 수면 아래 방치하지 않고 위원회가 공식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소통 창구를 항시 열어둘 방침이다.
셋째, ‘공통의 가치(Value) 중심 의제 설정’이다.
수가 구조개선, 의료 인력 수급 등 모든 병원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메가 트렌드 의제를 선제적으로 던져 갈등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연대하는 경험을 축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부산센텀종합병원을 경영하며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역 필수의료 붕괴라는 거대한 파도를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생생한 현장 경험이 위원회 정책 도출 과정에 강력한 현실성과 절박함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한 박 위원장이다.
그는 “부산 현장의 목소리로 ‘지역 완결형 의료’의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수도권 중심 사고 및 대형 대학병원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 중소·종합병원이 겪는 인력 채용의 한계와 재정적 압박을 통계·사례로 증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네트워크형 협력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대형병원이 모든 환자를 흡수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 내 상급병원과 종합병원이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지역 완결형 상생 모델’을 정책화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유기적 협력 구조를 만드는 데 그간의 개인 경험을 쏟아붓겠다”고 예고했다.
단기 가이드라인 제정 및 중장기 정책 법제화 추진
위원회 내부의 최우선 공론화 과제로는 ‘의료 인력의 합리적 배분과 상생 수가 마련’을 꼽았다.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를 최우선으로, 단계적 상생 모델 안착에 열정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병원계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이자 생존 위협 요인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완충 장치 논의의 부재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박종호 위원장은 단기 및 중장기 로드맵도 구상했다.
1년 내 단기 로드맵으로는 현황 진단 및 상생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
병원 직능 간, 지역 간 격차와 갈등 요인에 대한 전수조사 및 데이터화를 우선 진행한 후 인력 스카우트 갈등 방지와 환자 회송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대형·중소병원 간 ‘공정 상생 가이드라인’ 마련이 그것이다.
아울러 3~5년의 중장기 로드맵으로는 정책 법제화 및 상생 생태계 모델 정착을 추진한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파트너로서 상생 협력에 참여하는 병원들에 상생 협력 수가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돌아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별 의료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 모델 완성 및 전국 확산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상생이 곧 경쟁력…국민에게 신뢰받는 대한병원협회 도약
끝으로 박종호 위원장은 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목표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대한병원협회’, ‘상생이 곧 경쟁력인 문화 정착’을 들었다.
의료계 내부 상생을 넘어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하는 의료 환경 구축을 이루겠다는 의지인 것.
박 위원장은 “병원들이 서로 갈등하는 모습은 결국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며 “상생협력특별위원회가 중심이 돼 병원계 내부의 얽힌 실타래를 풀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정부 정책에 대한 협상력도 커지고 국민적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기를 마칠 때 ‘대한병원협회 상생협력특별위원회가 생긴 덕분에 대형병원과 지역병원이 손을 잡기 시작했고, 그것이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는 마중물이 됐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발로 뛰는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