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건강 챙기고 환경 지키는 부산의 ‘노년’과 ‘심평원’

심평원 부산본부와 함께 척추 건강교실 및 폐의약품 수거단 현장 동행

2026-06-18     정윤식 기자
정윤식 병원신문 기자. (병원신문 DB).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노인과 바다’.

흔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부산을 묘사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마주치는 수많은 어르신들의 일상은 도시의 풍경이자 현실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들이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넘어 지역사회의 환경과 시민 건강을 지키는 주체로 나선다면 어떨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산본부(본부장 박정혜)가 동구시니어클럽과 함께 추진 중인 ‘우리동네 폐의약품 안심수거단’ 현장은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자는 최근 심평원 부산본부의 폐의약품 안심수거단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건강교실과 이어진 현장 활동에 동행하며 고령화 도시 부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했다.

6월 어느날 오전 10시, 이바구복합문화센터 8층 다목적홀의 문을 열자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찬 어르신들을 목격할수 있었다.

동구시니어클럽 ‘우리동네 폐의약품 안심수거단’ 소속 노인들이다.

이날 강사로 나선 송근성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은 요통, 추간판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등 노년에 흔히 겪는 척추 질환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함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체조와 운동법을 직접 시연하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며 필기까지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르신들의 열정과 집중도는 대학생 못지 않았다.

송근성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이 동구시니어클럽을 대상으로 '건강한 노년을 위한 건강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날 수많은 부산지역 어르신들은 송근성 심사위원의 이해하기 쉬운 강연과 직접 운동을 시연하는 장면 등에 집중했다. ⓒ병원신문. 

취재를 위해 잠시 참관만 하려던 기자 역시 어느새 노트북을 내려놓고 강연에 빠져들 정도였으니까.

현장의 분위기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선 공감의 장이었다.

강연 도중 강당 뒤편에서 참관하던 심평원 직원이 헛기침을 하자 맨 뒷줄에 있던 한 어르신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목캔디를 꺼내 건넸다.

어르신들 특유의 포근함과 친절함이 강의실 공간을 채우는 순간이었다.

이 외에도 건강교실에서는 광역치매안심센터와 협업한 치매 중증화 억제 서비스 안내와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리플릿 배포가 함께 이뤄졌다.

건강교실이 끝나고 약 오전 11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수거단 활동이 시작됐다.

어르신들과 함께 거리를 걷자 노인들이 유독 많은 부산 특유의 일상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형광색 수거단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의 발걸음에는 묘한 활력이 넘쳤다.

부산지역 거리의 모습. 어른신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병원신문.

폐의약품 수거는 단순히 약을 모으는 작업이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6,000톤에 달하는 폐의약품이 발생하지만, 수거되는 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버려진 약이 하수구나 토양으로 흘러가면 수컷 물고기가 알을 낳는 등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항생제 내성균을 발생시켜 결국 인체 건강을 위협한다.

어르신들은 약국과 복지시설 등에 비치된 수거함을 직접 순회하며 약을 거뒀다.

현장에서 만난 약국 약사들은 바쁜 와중에도 웃으며 어르신들의 수거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가루약은 포장지 그대로, 알약은 내용물만 분리하고, 물약은 페트병 하나에 밀봉해야 한다는 올바른 배출법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어르신들의 몫이었다.

시민들 역시 거리를 누비며 환경을 지키는 수거단에게 호기심과 긍정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수거단 활동은 심평원 부산본부가 부산시청과 맺은 ‘폐의약품 안심수거 및 친환경 노인일자리 창출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폐의약품 수거 활동 모습을 두 눈에 담기 위해 기자는 ‘우리동네 폐의약품 안심수거단’ 어르신들과 함께 부산지역 약국 방문을 동행했다. ⓒ병원신문.

심평원 부산본부는 16개 구·군 시니어클럽에 수거함과 혹서기 쿨타올 등 안전물품을 지원하고, 부산시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범사업을 통해 폐의약품 306kg 수거와 노인일자리 약 900명 창출이라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이날 하루 어르신들과 동행하며 지켜본 폐의약품 안심수거단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약물 오남용을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며, 나아가 고령사회의 주역인 노인들이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었다.

그 안에서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건강교실에 열심히 참여한 것은 덤이다.

약을 올바르게 버리는 일은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무심코 버려질 뻔한 약들을 정성스레 수거하는 어르신들의 주름진 손에서 존엄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노인과 바다’ 부산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동네 폐의약품 안심수거단’ 어르신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국을 돌며 폐의약품을 수거했다. 약사들은 어르신들을 위해 시원한 비타민 음료 등을 제공하며 반겨줬고, 심평원 부산본부 직원들도 이들의 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병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