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의 간호사…“나는 동료들의 든든한 성장판이다”

[보람에 산다] 채소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간호교육전담팀 간호사 독학으로 전산·디자인 공부해 동료 위한 스마트 간호교육 전산화 이끌어 스프레드시트와 QR코드 통해 행정 부담 줄이고 현장 중심 교육 실현

2026-05-28     정윤식 기자
채소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간호교육전담팀 간호사. ⓒ병원신문.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병동에서는 환자 곁에서 직접적인 간호 케어를 제공하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우리 병원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더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성장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케어하던 역할을 넘어 이제는 동료 간호사들이 온전히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스마트 환경을 직접 구축하는 설계자로 활약 중인 간호사가 있다.

채소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간호교육전담팀 간호사 이야기다.

채소라 간호사가 소속된 간호교육전담팀은 신규 간호사들이 병원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기획과 운영뿐만 아니라 직접 임상 현장에서 신규 간호사들을 밀착 지도하는 역할을 겸하고 있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전담팀이 현장에서 함께 뛰며 세세한 실무를 알려주기 때문에 프리셉터들의 교육 부담은 덜어주면서 신규 간호사들은 더 꼼꼼하고 일관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신규 및 재직 간호사 직무 교육을 팀원들과 순환하며 진행하고, 프리셉터 양성 교육과 평가회 운영을 통해 간호교육의 질적 체계를 다지고 있다는 게 채소라 간호사의 설명이다.
 

동료의 이중고 해결 위해 도입한 ‘QR코드 출결 자동화’

임상 현장 경험에 디지털 역량까지 겸비한 채소라 간호사의 진가는 현장의 행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직접 구축한 전산 자동화 시스템에서 발휘됐다.

채 간호사는 간호교육에 스프레드시트와 QR코드를 도입해 출결 관리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 시스템을 기획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후배의 이중고(二重苦)를 해결해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당시 한 후배가 특수병동 관련 별도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해당 사업용 출결과 병원의 전체 간호사 교육 출결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즉, 두 가지를 각각 수기로 관리하다 보니 명단은 헷갈리고 업무량은 두 배로 늘어나 후배 간호사는 무척 힘들어할 수밖에 없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간호교육전담팀 채소라 간호사가 병동 신입간호사에게 주사제와 수액 혼합 등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투약 실무를 교육하고 있다. ⓒ병원신문.

채소라 간호사는 “힘들어하는 후배의 모습을 보고 ‘번거로운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짐을 덜어주자’는 생각으로 구글앱스스크립트(GAS)를 활용한 통합 QR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QR 한 번으로 모든 교육 데이터가 각각의 항목에 맞춰 스프레드시트에 자동 분류되도록 설계했다”라고 설명했다.

채 간호사는 이어 “시스템 도입 이후 후배는 더 이상 명단 정리로 머리 아파하지 않아도 됐고, 전체적인 교육 이수 데이터 관리도 훨씬 정확해졌다”며 “무엇보다 불필요한 중복 행정 업무를 없애 후배들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뿌듯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채 간호사는 영상 시청 이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트래킹하고, 이를 바탕으로 랜덤 퀴즈 방식의 자체 인증시험 시스템도 기획·운영 중이다.

채 간호사는 “단순히 강의를 듣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핵심적인 전산 활용 능력이나 술기 지식을 제대로 습득했는지 게임처럼 재미있게 확인하도록 설계했다”며 “현재 각 파트별 맞춤형 문항을 통해 실제 업무 역량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120명 대규모 교육도 ‘거뜬’…전산화가 가져온 업무 혁신

이 같은 채소라 간호사의 전산화 노력은 120명에 달하는 진료지원간호사들의 대규모 교육과 시험을 진행할 때 가장 큰 빛을 발했다.

과거에는 팀장 혼자 종이 시험지로 일일이 채점하며 수많은 인원의 이수 여부를 관리해야 했으나 채 간호사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 실시간 교육 이수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응시 직후 자동으로 점수가 산출되고 관리 시트에 즉각 반영되도록 개편한 것이다.

채 간호사는 “만약 수기로 했다면 부서원 모두가 오랫동안 고생해야 할 일인데, 해당 시스템 덕분에 모두가 쉽고 정확하게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며 “동료들이 ‘덕분에 일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면서 환하게 웃어주던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신규 간호사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보람을 느끼고 있는 채 간호사다.

채 간호사는 “엄청난 것을 가르쳐 준다기보다 현장에서 함께 뛰면서 작은 실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노력할 뿐인데, 그런 마음을 알아주듯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서 묵묵히 잘 버텨주는 신규 간호사들을 볼 때 가장 고맙고 뿌듯하다”며 “어느덧 한 명의 몫을 든든히 해내고 있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충분히 찾게 된다”라고 언급했다.
 

환자의 ‘심리적 문턱’ 낮추는 맞춤형 콘텐츠 기획도

채소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간호교육전담팀 간호사. ⓒ병원신문.

채소라 간호사의 다재다능함은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입원 안내 카드뉴스 및 외래 브로셔 제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의학 정보는 기본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낯설고 두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채 간호사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콘텐츠를 기획해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라도 지루하거나 어려워 보이면 끝까지 읽히지 않기에, 텍스트 위주의 딱딱한 설명보다는 직관적인 그림과 병원 마스코트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채 간호사의 콘텐츠 철학이다.

채 간호사는 “한눈에 들어오는 이미지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안심과 이해를 준다”며 “별도의 음성 설명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화면 구성을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짜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병동 복도나 대기실에서 영상을 봤을 때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그림만 봐도 이해가 쏙쏙 되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맞춤형 콘텐츠 기획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전산 시스템 구축과 디자인 작업이 채 간호사의 철저한 독학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전산이나 디자인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간호사들이 보는 자료인 만큼 조금 더 보기 편했으면 좋겠다’는 동료애 하나로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

채 간호사는 “틈틈이 유튜브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가독성 높은 PPT 배치법과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찾아보고, 생소했던 AI 도구와 코딩도 하나씩 학습하면서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며 “지금은 조금 서툴지 몰라도 나중에는 디자인 협업 도구인 피그마까지 익혀서 더욱 완성도 높은 교육 환경을 직접 구축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타 병원 간호사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최신 의료 상황 및 이슈나 교육 방식을 피드배하고 시야를 넓히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 채 간호사다.

채 간호사는 독학으로 쌓은 디지털 기술과 발로 뛰며 얻은 생생한 정보들을 조합해 병원 실정에 가장 잘 맞는 ‘살아있는 교육’을 만들 때가 가장 즐겁다고 강조한다.

조만간 근속 10년 차를 맞는 채 간호사의 장기적인 목표는 자신이 구축한 개별 시스템들을 하나로 묶어 ‘누구든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통합 간호교육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다.

채 간호사는 “현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줄 아는 선배가 되고 싶다”며 “임상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도구를 다룰 줄 아는 나만의 장점을 살려 후배 간호사들이 업무 중에 답답한 부분이 있을 때 언제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호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동료 간호사가 현장에서 외롭지 않게 지탱해 주는 힘”이라며 “‘간호사를 위하는 것이 곧 환자를 위하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앞으로도 간호사들이 더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환경에서 환자 케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서포트하겠다”라고 부언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간호교육전담팀. 왼쪽부터 최민선, 장달해, 김희연, 정수민, 채소라, 최범수, 김명숙 간호사. ⓒ병원신문.

 

오늘도 채소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간호교육전담팀 간호사는 '간호사를 위하는 것이 곧 환자를 위하는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 아래 후배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보람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