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보공단·심평원의 소는 누가 키우고 있어?

2026-03-31     정윤식 기자
정윤식 병원신문 취재기자.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봄꽃이 만개하는 4월이 코앞이지만, 대한민국 보건의료계의 두 축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계는 한겨울에 멈춰 서 있다.

양 기관을 이끌어야 할 주요 임원진의 공백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통제력을 상실한 채 표류하는 모습이다.

공모 절차가 끝났음에도 임명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기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인사 지연을 넘어 두 기관의 심각한 위기 불감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들 기관의 임원진 임명이 이들만의 탓이 아닌 것은 잘 알고 있다.

단지, 그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양 기관의 현재 상태는 그리 반가운 모습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심평원이다.

심평원의 조직 구성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에 가깝다.

기관의 핵심 동력인 기획상임이사, 보험수가상임이사, 심사평가상임이사가 오래전부터 공석 상태다.

현재 직무대리 체제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내부를 감시해야 할 상임감사 역시 임기가 끝난 지 한참 지났으나 차기 공모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수장의 부재다.

강중구 심평원장의 임기는 이미 끝났다.

차기 원장 공모는 지난 2월 13일 마감됐고 면접까지 마쳤지만, 후임자 발표는 없다.

빠르면 4월 초, 늦어도 4월 중순에는 임명이 이뤄질 것이란 풍문만 떠돌 뿐이다.

원장 임명이 지연되니 자연스레 앞서 나열한 3명의 상임이사 공모도 올스톱 상태다.

강중구 원장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들, 그것과 무관하게 레임덕은 진작에 찾아왔다.

수뇌부가 텅 빈 상태에서 조직 톱니바퀴가 힘 있게 돌아갈 리 만무하다.

루틴한 업무야 관성으로 굴러가겠지만, 새로운 정책 추진이나 선제적인 사업 진행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천문학적인 건강보험 재정이 움직이고 각종 의료개혁 이슈가 쏟아지는 현시점에서 심평원 내부 기강의 안일함은 심히 우려를 넘어 아찔한 지경이다.

건보공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기석 이사장의 임기가 7월까지 남아있긴 하나 막바지에 접어든 데다가 과거 발생한 대규모 횡령 사건, 인건비 이슈, 배달 직원을 향한 갑질, 담배소송 의혹, 원주 본사 근무 기피 현상 등 잇따른 부정적 이슈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아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리더십 부재의 골은 깊어만 간다.

당장 5월에 막을 올리는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이 발등의 불이다.

이를 진두지휘할 급여상임이사 자리는 공백 상태다.

지난 2월 공모와 면접을 마쳤음에도 차기 급여이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면접자 중에 적임자가 없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속사정은 아무도 모른다.

의료계에서는 벌써 올해 수가협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짙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임원진의 상황도 암담하다.

징수상임이사의 임기가 당장 4월에 끝나지만 공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집안살림을 맡은 총무상임이사는 지난 1월 임기가 끝났고 곧바로 공모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심평원과 마찬가지로 상임감사 자리도 주인을 잃은 지 오래다.

심평원보다 아주 살짝 덜하다 뿐이지, 건보공단 역시 핵심 임원진이 줄줄이 이탈한 셈이다.

양대 보건의료 공공기관이 이토록 동시에 리더십 진공 상태에 빠진 것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다.

“주인 없는 가게에서 누가 앞장서서 열심히 일하겠는가”, “왕이 없는 성을 누가 지키려고 하겠는가”라는 등의 뻔한 진리가 두 기관의 가라앉은 내부 분위기를 방증한다.

보건의료계 최대 공공기관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만큼 현재 기강이 바로 섰는지 묻고 싶다.

막중한 본연의 업무와 사업 진행을 고려할 때, 이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조속한 조직 정상화가 절실하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체될수록 위기의 그림자는 짙어진다.

리더십 공백에 따른 동력 상실은 결국 정책 집행의 지연과 비용 상실만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의 의료계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강을 다잡고 조직을 정상화할 신속한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이유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일부 임원진 임명에 있어서 그 결단을 심평원과 건보공단이 직접 내릴 수 없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해이해지는 조직 기강과 내부 분위기는 그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부 직원들은 그 리더십 공백을 냉정하게 무시한다.

그들이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게끔 만드는 현재 상황이 매우 불편하다.

도대체 지금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소는 누가 키우고 있는가?

키우는 소는 제대로 된 먹이를 먹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