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내부 직원 동요 극심…‘아비규환’

2016년~2023년 8년간 인건비 6천억 원 과대 편성 적발 후폭풍 대내·외 이미지 타격 불가피…원망의 화살 건보공단 내부로 향해 직원 설명회 비롯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해명·대응 아직 없어 특사경 추진에도 브레이크…의협, “도둑에게 칼 쥐어주는 격”

2025-11-10     정윤식 기자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이 과거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한 역대 최대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약 6천억 원의 인건비를 정부 지침을 위반해 과다하게 편성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적발돼 감독기관에 이첩된 것인데, 건보공단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은 데다가 대내·외 이미지까지 추락하는 상황이라 향후 엄청난 파장과 혼란이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준정부기관인 건보공단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정부가 정한 한도 이내에서 인건비를 편성해야 한다.

해당 규정에서는 건보공단의 팀원급(4~6급) 인건비 편성 시 5급과 6급의 초과 현원에 대해 상위직급의 결원이 있다 하더라도 상위직급이 아닌 본래 직급의 보수를 적용해 인건비를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관련 규정을 위반해 5급과 6급 현원에 대해 상위직급인 4급과 5급의 보수를 적용해 인건비를 편법으로 편성함으로써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총 5,995억 원을 과다하게 편성했다.

건보공단은 이와 같은 편법으로 과다하게 편성한 인건비를 연말에 ‘정규직 임금인상’이라는 명목으로 직급별로 분할 지급했다.

앞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24년에 해당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2023년도 초과 편성분 1,443억 원에 대해서만 향후 인건비에서 감액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기존 감액 조치에 포함되지 않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인건비 4,552억 원도 과다하게 산정된 것을 확인했다.
 

건보공단으로 국민 분노 쏠려…직원들마저 분노 중

경영진 아직 별다른 입장 표명 없어…대처 미흡 도마 위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은 건보공단을 향해 ‘셀프로 연봉을 인상했다’, ‘가입자 돈으로 잔치를 벌였다’는 등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나 엄밀하게 말하면 기획재정부의 지침 내에서 승인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고, 건보공단의 인건비는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별도 재원이라 점에서 일부 왜곡된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이런 사실관계와는 크게 상관없게 된 듯하다.

현재 건보공단은 ‘국민을 기만하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공공기관’으로 낙인이 찍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내부 직원들의 동요는 지난 2024년 인건비 초과인상분 1,443억 원을 향후 11년간 조정(임금 동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보다 더욱 극심하다.

1,443억 차감 당시 정부 가이드라인 인상률보다 삭감돼 지급받지 못할 건보공단 직원의 미인상 임금은 2034년까지 1조 175억 원으로 추산된 바 있는데, 이번에 5,995억 원까지 차감된다면 수조 원가량의 임금이 묶이게 된다.

이를 감지한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건보공단 직원들의 사기 저하로 국가 사회보장 중추 업무 적상작동 불가’라는 우려의 내용을 담아 조합원들에게 배포했다.

건보노조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책임지고 있는 중추기관인 건보공단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미래임금 저하에 따른 박탈감이 심화돼 향후 새정부 핵심과제인 돌봄통합사업 등을 수행해야하는 건보공단의 운영 동력과 존립 기반에 현저한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건보노조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유철환 위원장이 이재명 정부 들어 각종 사퇴압박이 가중되자 스스로 자기보호 차원에서 관련기관인 기획재정부와 감사원과의 협력 체계 없이 독단적으로 해당 사건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고 날을 세웠다.

건보노조는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민의료비 절감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 △상병수당 확대 등 정책공약을 책임질 건보노조를 자극해 파업을 유도하고 국민주권정부의 정책 집행력에 흠집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권익위가 이번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관련기관인 기획재정부 등과의 협의(합의)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은 물론, 추후 권익위의 독단적 일탈행위로 확인될 시 건보노조의 강력한 저항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건보노조도 사안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건보공단 직원들을 다독임과 동시에 이번 사태가 언론과 국민들에게 알려진 계기를 일종의 ‘정치적 음모론’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그도 그럴것이 현재 황병래 위원장이 이끄는 건보노조는 지난해 11월 집행부 선거 당시 ‘건보공단 역사상 가장 높은 임금 인상률 달성’, ‘현실화 될 임금 저하 위기 해결’ 등의 공약을 앞세운 바 있어 이번 ‘6천억 원’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 직원들의 ‘원망의 화살’은 이미 건보공단 경영진과 건보노조 모두에게 쏠리고 있다.

직원들이 지적하는 내용의 핵심은 과거 임직원들이 저지른 잘못을 왜 젊은 직원들과 하급 직원들이 책임지고, 국민들의 눈총을 받아야 하냐는 것과 무능력한 건보공단 경영진 및 건보노조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건보공단 사내 게시판에는 △이렇게 큰일을 숨기다가 걸렸으면서 건보공단 임원진을 직원 편이 아니다 △실제로 5~6급 직원들은 체감도 안 되는 데 6천억 원이라는 돈은 누구 주머니에 들어갔냐 △2n 사번들은 취업사기 그자체다 △건보공단 이미지 한번에 훅 갔다 △우리 연봉은 손자·손녀 볼 때까지 동결되는 것이냐 △건보공단 경영진의 대처가 너무 미흡하다 △퇴직자들 압류 걸어라 △이미 이상황인 것 알고 일반승진 늘렸던 것 아니냐 △이제 그 좋아하는 현장경영 열심히 다녀라 △이 상황이 너무 괴롭고 슬프고 부끄럽다 △이사장부터 임원까지 모두 사퇴해라 △특사경 노래를 부르더니 수사권 받을 생각 말고 수사부터 받자 △진심으로 건보공단 직원 모두 이직 성공하길 바라요 △전국 돌면서 콘서트 할 때냐 △차라리 조직을 해체하는 게 싸게 먹히지 않을까 △노조는 도대체 뭐 하고 있냐 △제일 화나는 부분은 내 회사 얘기를 왜 뉴스보고 알아야 되냐 △노조는 사측이랑 같은편인 것 같다 △입사했더니 범죄자가 됐네 △입사하자마자 빚이 생겼어요 등의 불만 및 토로 글이 끊임없이 업로드되고 있다.

이처럼 건보공단 직원들의 혼란·불안·분노가 가중돼 소위 ‘아비규환(阿鼻叫喚)’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건보공단 경영진의 대처 미흡에 있다.

11월 10일 오전 기준 현재 정기석 이사장을 비롯해 건보공단 임원진들은 공식적으로 직원들에게 단 한마디의 설명과 해명도 건네지 않은 상태이고 실제로 내부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해결책 마련을 떠나 하다못해 ‘변명’과 ‘핑계’라도 있으면 건보공단 직원들의 동요가 이렇게 심화되진 않을텐데, 경영진의 설명회는커녕 언론을 통해서 새로운 소식을 듣거나 직원들 간에 추측만 난무하고 있어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만 있다는 의미다.
 

수년간의 특사경 노력 물거품?…‘닭 쫓던 개 지붕’ 빌미 줘
“건보공단 대내·외 이미지 추락은 의료계와의 관계에 악영향”

건보공단의 6천억 원 인건비 문제가 논란이 되자 대한의사협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물고 늘어졌다.

의협의 설명을 빌리자면 ‘6천억 원을 꿀꺽한 건보공단은 특사경 권한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라는 게 핵심이다.

건보공단의 오래된 숙원인 특사경 도입은 정기석 이사장도 2023년에 취임하자마자 도입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6천억 원 인건비 사태로 인해 특사경 도입은커녕 오히려 의협 등의 날 선 공격을 받아내야 할 처지에 놓인 건보공단이다.

이에 더해 의협은 ‘건보공단의 방만경영’을 감시하겠다며 의협에 ‘특사경’ 권한을 달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의협은 “국민의 소중한 건보료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수년간 인건비를 편취한 것은 국민, 국회, 정부는 물론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기만하는 비윤리적 행태”라며 “2022년 직원 횡령 사건에 이어 이번 인건비 적발 등 고질화된 방만 경영으로 건보재정 누수의 주범은 건보공단인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어 “건보공단과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체계 하에서 상호 대등한 관계임에도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건보법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둑에게 칼을 쥐어주는 격”이라며 “의료계에 건보공단 감시 기능을 신설하거나 의협이 포함된 국민감사위원회를 구성해 건보공단에 대한 강력한 정기조사·감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보건의료계는 분노보다는 걱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의 여부를 떠나 건보공단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타격을 받은 것 같다”며 “매번 건보공단에 큰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경영진이 쇄신하고 반성했다면 사태가 이런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1~2년 동안 있었던 일이 아니라 약 8년간 누적된 일이라면 단순히 이사장이나 임원진들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건보공단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사장 등 임원진이 어떤 식으로든 적절한 해결책과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 인원감축, 임금삭감 등이 현실화된다면 건보공단 직원들의 화마는 걷잡을 수 없어 보인다”라며 “더 걱정되는 부분은 건보공단의 대내·외 이미지 추락은 향후 의료계와의 관계에 있어서 악영향을 크게 미칠수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건보공단 직원들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데다가 건보공단 역대 최대 위기라 불릴만한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정기석 이사장 등 건보공단 수뇌부가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을 진정시킬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