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돈 많은 친구들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돈 많은 친구들

2006-07-21     윤종원

감추고 싶은 부분을 들춰내는 영화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보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확인하는 것이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돈 문제도 아마 이런 범주에 속할 듯하다.

사랑ㆍ우정ㆍ의리 등 인생의 중요한 가치들이 돈 앞에서 하나둘씩 무너질 때 인간은 스스로 초라함을 느낀다. 이는 남성과 여성을 불문하고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일.

시트콤 "섹스 앤 시티"를 통해 여성의 심리를 예리하게 잡아낸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이 이번에는 여성들의 우정에 돈 문제를 개입시켰다. 제니퍼 애니스톤이 주연한 2006년 작 "돈 많은 친구들(Friends with Money)"이 그것. 올해 선댄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작품이다.

홀로프세너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돈 문제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온 4명의 친구 올리비아(제니퍼 애니스톤), 제인(프랜시스 맥도먼드), 크리스틴(캐서린 키너), 프래니(조앤 쿠색). 이들 중 유일한 싱글인 올리비아는 가르치던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에게 심한 모멸감을 느낀 뒤 교사직을 그만둔다. 이후 새로 찾은 직업은 가정부. 그러나 그녀의 친구들은 번듯한 직업을 버리고 가정부 일을 택한 올리비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편 성공한 디자이너 제인은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모두 귀찮고 짜증난다. 머리 감는 일조차 싫어 며칠째 가려워도 참고 있다. 남편과 공동 각본가로 활동 중인 크리스틴은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 남편과 사사건건 부딪치고, 결국 결혼생활이 위기를 맞는다. 가정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부잣집 마나님 프래니는 예전같지 않은 남편과의 관계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영화는 몇십 년 동안 쌓아온 끈끈한 우정이 자랑거리인 4명의 여성들이 돈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가를 보여준다. 올리비아는 친구들의 핀잔에 가정부가 아닌 "헬스클럽 트레이너가 되겠다"면서 프래니에게 돈 1천80달러를 빌려달라고 하지만 프래니는 "너는 운동에 소질이 없다"는 구실을 대며 돈 빌려주기를 거부한다. 그런 프래니지만 명성을 위해서라면 학교에 200만 달러도 기부할 준비가 돼 있다.

올리비아는 자신을 시간제 가정부로 기용한 실업자와 한 번 데이트한 뒤 그가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은 부자라는 사실에 결혼을 결심했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많다"는 그의 말에 올리비아는 "No, Problem"이라고 답한다. 잠자리까지 함께 하는 남자는 이미 머리 속에서 떠난 지 오래다.

"돈 많은 친구들"은 돈 문제 이외에도 여성들의 치부를 하나둘씩 건드린다. 4명의 친구들은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지만 모일 때마다 그 자리에 없는 친구에 대해 "그 애는 이게 문제야, 저게 문제야"라는 식으로 험담을 한다. 또한 일상의 모든 일에 짜증을 냈던 제인과 남편의 관계에 의문을 가졌던 프래니는 "당신이 오늘 모임에서 가장 아름다웠어"라는 남편들의 뻔한 거짓말에 마음이 봄눈 녹듯이 풀린다.

영화는 이런 여성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혀 끝의 입맛은 다소 쓰다.

여성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할 것은 분명한데 여성계에서는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28일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단관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