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빠, 나랑 좀 더 놀아줄래요?”
아빠가 된다는 건 이제껏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묘한 일의 연속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 일상의 주인공은 36개월 된 아들이 됐고, 하루하루 행복하면서도 고단했다.
그 가운데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퇴근 후 장난감 자동차를 굴려주고 블록 놀이를 함께 하면서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의문이 문득문득 든다는 점이었다.
그러던 지난 2월, 우연히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이삼식)에서 ‘2025 파더링(Fathering)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아니, 정확히는 관련 보도자료가 메일함에 도착했다(기자니까).
아버지의 긍정적 역할과 양육 효능감을 높이자는 취지의 파더링 프로그램은 2023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는데, 보도자료를 꼼꼼히 읽으면서 기사로 작성하는 순간, ‘이거다!’ 싶은 직감이 왔다.
운 좋게도 최종 참가자로 선정된 뒤, 안내받은 일정표를 손에 쥐고 오리엔테이션부터 교육, 심리검사와 해석상담, 워크숍까지 차례차례 파더링 과정을 밟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참가 아빠들을 위한 단체 채팅방도 운영했는데, 여기서 오간 소소한 대화와 공감 그리고 서로의 응원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됐다.
육아가 고립된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작은 공동체였다.
첫 만남은 4월 말 비대면으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이었다.
화면 속 낯선 아빠들의 얼굴을 보며 같은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이 생겼다.
이어진 교육은 5월 한 달 동안 월·목·금 저녁마다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기질 이해, 공감과 소통, 훈육 방법에 이르기까지 주제는 다양했다.
강의 도중 던져진 한 문장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이는 이해해야 할 존재입니다.”
그 한 문장을 가슴에 새기며 아이와의 대화 방식을 조금씩 바꿔갔다.
6월에는 심리검사가 진행됐다.
성격 및 기질검사(TCI)와 부모양육태도검사(PAT)를 통해 내가 어떤 유형의 부모인지 수치로 확인하는 경험은 굉장히 낯설었지만, 무척 흥미로웠다.
부모의 성격 유형과 행동·태도가 육아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인 수치와 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래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곧이어 전문가와 1:1 해석 상담이 이어졌는데, 평소 내 양육 태도의 장점과 개선점을 객관적으로 짚어줘 다소 부끄러웠다.
‘아이 앞에서 감정을 조금 더 차분히 다스려 보라’는 조언은 지금도 마음속에 메모 해두고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7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대면 워크숍은 파더링 프로그램의 백미였다.
아이와 함께 참여해 놀이 실습과 영상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그 자체로 큰 배움이었다.
눈빛을 반짝이던 아들의 표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상이었고, 아빠로서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돌아보면 이번 파더링 프로그램은 단순한 육아 교육을 넘어 ‘아빠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전에는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감정적으로 반응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네가 그렇게 느꼈구나’하고 공감하려는 태도가 생겼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작은 변화가 훈육과 소통에 큰 차이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괜찮은 아빠가 돼 가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육아는 끝없는 자기 검열 속에서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빠지기 쉬운데, 이번 과정을 통해 작은 성취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길을 걷는 아빠들과 나눈 연대감은 예상치 못한 든든한 자산이 됐다.
누군가 육아에 있어서 나와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인구보건복지협회의 파더링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사회생활에 바쁜 아빠들의 시간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면서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한 인구보건복지협회 측의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아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짧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될 나처럼 말이다.
아울러 저출산이 심각한 우리나라 부모들의 어깨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더욱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의 다짐은 단순하다.
아이와의 매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같이 놀아주기’를 넘어 ‘같이 놀기’를 실천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매일 한 발짝씩 성장하는 아빠로 남고 싶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긍정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나는 오늘도 아들에게 묻는다.
“아빠랑 뭐 하고 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