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

보건의료노조, 의정갈등으로 국립대병원 경영 악화…노동자들만 고통 전담

2025-06-11     오민호 기자
보건의료노조는 6월 10일 전남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대병원의 경영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비판했다(사진=보건의료노조 제공)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 이하 보건의료노조) 7개 국립대병원지부가 국립대병원의 경영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국립대병원지부는 6월 10일 전남대병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반대를 이유로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 의대생 집단휴업 등 의료 공백은 새 정부가 바뀌어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지난 정부의 잘못된 의료개혁 추진으로 인한 국립대병원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립대병원장들은 병원 경영난을 이유로 강제 휴가, 인력 충원 중단 등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긴축 경영을 펼치고 있다”면서 “위급한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으려면 보건의료 인력이 충분히 충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병원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성실한 교섭을 하지 않는다면 국립대병원지부들도 7월 24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함께 참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환자가 급감했고 국립대병원은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그런 적자를 메꾸고자 노동자들은 많은 희생을 치렀는데도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국립대병원장들을 비판했다.

이어 정 부위원장은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국립대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유독 전남대병원은 지난 5월부터 노동조합에서 수차례 교섭 요청을 했지만 갖가지 핑계를 대며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만약 성실한 교섭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7월 말 총파업에 함께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나리 전남대병원지부장은 병원의 단체협약 위반 및 연차촉진제 도입 시도를 규탄하고 나섰다.

신 지부장은 “전남대병원의 적자와 위기의 진짜 원인은 의정갈등보다는 내부 경영 실패 탓”이라며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이 연간 170억원 이상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의정갈등과 무관하게 정부와 광주시, 병원 측이 2014년 무리하게 병원을 개원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누적 적자가 최소 1,000억원 이상”이라며 “병원은 모든 업무와 희생을 노동자에게만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병원은 작년부터 퇴직자, 공로연수자, 육아휴직자 등의 공백을 충원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면서 2022년, 2023년도에 채용된 신규간호사 중 아직 발령받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 숫자가 300여 명에 달하고, 간호사들은 병동 통폐합, 부서 이동, 긴급 오프 등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고 주장한 신 지부장이다.

그러면서 신 지부장은 “적은 인력으로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하는 상황인데도 병원 측은 또다시 근무조당 간호사 수를 더 줄이고 있다”며 “주말이나 야간에는 단 2명의 간호사가 한 병동을 담당하는 병동이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은하 충남대병원지부장은 노동자에게 경영위기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유 지부장은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병원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긴축재정에 돌입했다”면서 “병원은 센터 내 통폐합 확대, 전 직원대상 무급휴직, 명예퇴직 조사 등 시설을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했음에도 세종충남대병원의 건립으로 생긴 기존 부채 과다로 인해 추가적인 은행 대출이 제한되는 등 사실상 도산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지부장은 “5,000여 명의 직원들은 병원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 온힘을 다해왔고 많은 희생을 감내해 왔으며, 1년이 넘는 각고의 노력과 희생으로 그나마 도산의 위기를 피한 상태지만 병원은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끝으로 국립대학병원지부는 “코로나19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의정 갈등의 불씨를 촉발하였고 이는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으로 옮겨와 대형 화재로 확산, 의정 갈등 장기화 여파로 전국 국립대병원 적자는 1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나 10개 병원 적자가 5,6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2024년 전남대병원 670억원, 부산대병원 660억원, 충남대병원 330억원, 경상국립대병원 300억원, 전북대병원 500억원 등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

이들은 병원장들을 향해 “경영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단체협약 위반과 연차촉진제 도입 등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는 강요와 희생이 계속될 경우 보건의료노조 국립대병원지부는 산별총파업으로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오미령 민주노총 광주본부 수석부본부장, 보건의료노조 경상국립대학병원지부, 부산대병원지부, 부산대치과병원지부, 서울대치과병원지부, 전남대병원지부, 전북대병원지부, 충남대병원지부 등 7개 국립대병원지부와 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노조 간부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