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보와 노련함이 돋보인 2026년도 수가협상

2025-06-02     정윤식 기자
정윤식 병원신문 취재기자.

2026년도 수가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환산지수협상)이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보건기관, 조산원 7개 전 유형 타결로 마무리됐다.

지난해까지 총 18회 진행된 유형별 수가협상 중 2014년도(2013년 협상)와 2018년도(2017년 협상), 단 두 번밖에 없었던 전 유형 타결이 8년 만에 다시 한번 재현된 것이다.

확률로 계산하면 15.7%(19회 중 3회)다.

기자 개인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출입하면서 올해까지 6회의 수가협상을 취재했는데(밤을 6번이나 샜다), 전 유형 타결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전 유형 타결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7개 공급자단체들의 생각이 모두 다른 것은 기본이고, 매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은 데다가 재정운영위원회의 계획, 정부의 정책 방향, 건보공단의 입장을 취합해 서로를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게다가 올해는 건보공단 협상단과 공급자단체 협상단들이 한숨을 쉴 만큼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됐다.

즉, 표면적으로 볼 때 전 유형 타결은 그 어느 해보다 어려워 보였던 게 사실이다.

수가협상 최고의 베테랑 마경화 치협 협상단장이 ‘유형별 수가협상에 19번째 참여하는데, 가장 힘들었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SGR 순위, 건보공단 협상단의 의지, 공급자들의 절실함을 모두 지켜본 결과 일부 기자들은 전 유형 타결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기도 했다.

올해 SGR 순위는 약국, 병원, 치과, 한의, 의원 순이었다.

우선, 약국은 SGR 1위였기 때문에 결렬 가능성은 애당초 거의 없었을 것이다.

병원은 오랜만의 2위였기에 터무니없이 낮은 추가소요재정 규모가 아닌 이상 끝까지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었을 것이다.

3위인 치과는 결렬과 타결 가능성이 모두 존재했으나 마경화 단장의 노련함이 아무런 대책 없이 결렬을 택할리는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4위인 한의와 5위인 의원이 결렬 가능성이 가장 컸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괜찮은(?) 인상률을 받은 데다가 보장성 강화에 목마른 한의, 3년 연속 결렬했다는 부담을 안고 다시 한번 대한의사협회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은 대한개원의협의회에게는 소위 명분이 필요했기에 ‘잘만 하면 전 유형 타결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일부 기자들이 가졌던 것.

특히, 의원 유형은 인상률도 인상률이었지만 ‘환산지수 쪼개기’를 막아야 한다는 특명(?)까지 지닌 상태였다.

올해 협상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결과 예년과는 다른 특징이 몇 개 존재했다.

하나, 5월 30일 최종 협상 날에 공급자 협상단이 건보공단 협상단을 만나기 위해 협상장으로 내려온 횟수가 무척 적었다.

다른 해 같았으면 병·의·치·한·약 협상단들이 수시로 협상장을 왔다 갔다 했을텐데, 올해는 유형에 따라서 2~3회만 협상장에 들어간 단체도 있다.

그만큼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줄인 것으로 추측된다.

둘, 건보공단 협상단의 재정위 만남 횟수와 시간이 늘었다.

최종 협상 날 건보공단 협상단은 공급자 협상단의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하기 위해 재정위를 3번 만난 것으로 추측된다.

심지어 한 번 만났을 때 짧게는 1시간, 길게는 1시간 30분가량을 회의했다.

건보공단 협상단이 공급자 협상단과 만나 협상을 한 시간보다 재정위를 만나 의견을 교환한 횟수와 시간이 비슷했거나 오히려 더 많았다는 의미다.

되려 건보공단 협상단은 공급자들이 아닌 재정위와 수가협상을 한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들을 미뤄볼 때 건보공단 협상단은 최대한 효율적이고 균형점 잡힌 수가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기자들이 알 수 없는 많은 요소가 있었겠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2026년도 수가협상은 어쨌든 전 유형 타결로 기록됐다.

병원, 의원, 치과, 한의, 약국 유형 협상단장들이 기자들에게 공통되게 한 말이 있다.

하나는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또 하나는 “아쉽긴 하지만, 우리 유형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유형이 힘들었다.”

또 다른 하나는 “건보공단 협상단이 이해를 많이 해줬다.”

병협, 의협, 치협, 한의협, 약사회 모두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에 양보를 더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공급자단체들 중 어느 한 곳이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전 유형 타결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 모든 유형의 입장을 최소 5~6년의 수가협상 실무를 통해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과거 잘못된 협상 과정을 배제하고, 의미 있는 협상을 하기 위해 노련함을 발휘한, 수가협상 하나 만큼은 만렙(레벨 99)인 김남훈 급여상임이사와 박종헌 급여관리실장의 역할도 매우 컸을 것이다.

특히, 올해를 끝으로 정든(?) 수가협상장을 이제는(?) 떠날 김남훈 급여이사의 경험치는 두고두고 차기 건보공단 협상단의 자산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해 약 1개월간의 대장정을 위해 힘쓴 건보공단 수가협상 실무팀과 홍보팀 직원들도 숨겨진 조력자다.

아울러 중간에서 올해 수가협상의 이슈와 핵심 쟁점을 전달하기 위해 발로 뛴 기자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 한 가지 옥에 티는 어쩔수 없이 타결 사인을 했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감추기 힘든 공급자단체 협상단의 속상한 기분에 대한 고려없이 건보공단이 너무 일찍 기쁨의 환호(박수)를 외쳤다는 점이다.

2026년도 수가협상은 끝났지만, 다른 해보다 재정위 부대의견이 많아 향후 의·약계는 큰 소용돌이를 기다리게 됐다.

전 유형 타결이라는 순간의 기쁨 보다는,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위기 상황 극복과 공급자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앞으로 더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여 되려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노련함으로 점철될, 베테랑들의 향연이었던, 공급자단체들의 양보가 유난히 돋보였던, 수가협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5월 30일 최종 수가협상 날의 열띤 취재열기. ⓒ병원신문.

마지막으로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 6년 동안 수가협상을 취재하면서 느낀 바로는 최종 협상 날 모두가 밤을 새가며 진행되는 방식은 향후 일정 부분 보완의 필요성을 있을 듯하다.

1·2차 협상의 횟수와 시간을 늘리던가, 최종 협상 날은 저녁이 아닌 오전 일찍부터 아침밥(?)을 함께 먹으며 시작하든가 말이다.

물론 알면 알수록 수가협상 전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해지는 것도 맞긴 하나 이제 모두가 건강 챙길 나이 아닌가.

한편,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무척 기분이 좋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곧 개최될 수가협상 체결식에서 7개 공급자단체 회장들과 계약서 사인을 주고받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영광을 얻었으니 말이다.

공급자단체 회장들 모두와 수가협상 체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건보공단 이사장에게도 흔치 않은 경험이다.

8년 동안 없었던 전 유형 기념사진 촬영을 앞두고 있다.

공급자 단체의 양보와 희생, 베테랑들의 노련함 덕이다. 넥타이를 고쳐 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