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수가협상 개막…“병원계 위기 살펴야”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의약단체장 및 건보공단 합동 간담회 이성규 회장, “전공의 이탈 및 의료개혁으로 인해 병원경영 어려워” 정기석 이사장, 건강보험 재정 어려움 강조하며 험난한 협상 예고
“2026년도 수가협상을 앞둔 올해의 병원계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불안한 여건에 놓여 있어 무거운 마음이 듭니다.”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5월 9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열린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의약단체장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합동 간담회(상견례)’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수가협상은 예년과 달리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 및 의료 개혁으로 인한 의료 이용 변화, 진료비 지출 변화, 비상 진료 건강보험 재정 투입, 병원계의 경영 악화 등 다양한 변수 속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성규 회장은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시작된 전공의 병원 이탈이 2026년도 의대정원 동결이 발표된 이후에도 좀처럼 복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인사말의 운을 뗐다.
이성규 회장은 “1년 이상 이어진 전공의 미복귀는 환자와 보호자의 진료이용 불편이 따랐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 많은 영향과 변화를 가져왔다”며 “적정 인력의 배치, 직역 간 진료 분담과 조정은 물론 그 파장으로 전문의 고용난과 간호인력의 업무 부담 증가, 급증하는 인건비 등 운영 여건 악화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정부가 현재 의료 개혁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수가 구조를 포함한 보상 체계의 개편을 포함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종합병원의 포괄적 기능 전환 등을 발표했는데, 분명하고 구체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이성규 회장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의료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보건의료 정책들은 병원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 변화는 병원에 많은 재정적 부담과 더불어 불확실성을 동반하므로,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지원에 관한 정책이 제시돼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즉, 건강보험 진료비 수입 비중이 매우 크고 보상수준을 전적으로 정부가 관리하는 우리나라에서 모든 요양기관 유형은 정책에 대비하기 위한 고민과 불안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는 것.
이러한 때일수록 건보공단은 보험자로서 국민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병원이 종별 기능에 충실하고 지역 간 균형 잡힌 의료 공급망을 유지·확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당부다.
이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유지뿐만 아니라 재정 투입의 긍정적인 효과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건보공단의 역할이 필요한 때”며 “의료의 질 향상과 이를 위한 고용의 유지·확대도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수가협상에 임하는 건보공단은 재정 여건이 불안정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는데, 재정 현황은 그와 반대로 지속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의 큰 테두리 내에서 필요한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정부와 가입자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른 공급자단체들도 유례없는 의정 갈등 속에서 험난한 수가협상을 예상했지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미국에서도 폐기한 SGR 모형의 적극적인 개선 등 수가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재정적·정책적 의지를 보여달라”며 “늘 협상이 실망으로 끝났는데, 올해야말로 서로 ‘윈윈’하는 수가협상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3년간 한의원 인건비와 재료비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수가 인상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경영비 상승과 수가 간 괴리를 해결하려면 향후 수가협상에서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분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은 “약국은 단순한 조제기관이 아니라 공공의료를 뒷받침하는 기반”이라며 “약가 인하, 카드 수수료 및 인건비 증가 등으로 약국 수익 구조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공급자와 가입자 사이에서 균형 잡힌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은 “대형 치과, 덤핑 광고 치과에 밀려 생존의 위협을 받는 동네 치과를 위해 치과계 필수의료 분야에도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며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라 치과도 지역 연계 체계 안에서 역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재정 부담 증가를 고려하되 필수의료 중심의 합리적 수가 조정 추진을 약속했다.
다만 건강보험료율 2년 연속 동결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물론 관세 갈등으로 인한 국내외 산업의 어려움을 지적, 험난한 수가협상을 예고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동일 진단에도 고가 항목으로 행위가 대체돼 급여비 지출이 예상 외로 증가하고 있고 비상진료체계 지원 및 필수의료정책 추진에 따른 대규모 건보재정 투입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처럼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중요한 시점이기에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과 디지털 대전환(NHIS DX)을 통해 국민 편익 증진과 재정건전성을 도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이어 “2026년도 수가협상을 준비함에 있어 건보 재정의 엄중함을 고려하면서 필수의료 중심으로 합리적인 수가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의료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의료행위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