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임종실 설치 ‘의료법’ 처리 급물살 탈 듯

여야, 4월 중 민생‧개혁 법안 우선 심사‧처리키로 합의 병원계, 의무화보다 자율적 설치 및 수가 등 지원방안 필요

2023-04-04     오민호 기자
국회 전경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원내대표)이 대표 발의한 의료기관 임종실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4월 4일 국회 운영개선 관련 법안과 민생‧개혁 법안의 4월 중 우선 심사‧처리를 위해 노력키로 합의했다.

양당의 합의문에 담긴 우선 심사‧처리 법률안에는 종합병원 및 요양병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우 임종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사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끝에 심사보류 한 바 있다.

당시 검토의견에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상 시설기준은 입원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환자 진료와 관련한 직접적인 필수 치료 시설을 정하고 있는데, 임종실은 환자, 환자가족 또는 임종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다른 환자들에 대한 배려 차원의 보조시설이므로, 의료기관 개설자의 의무사항으로 강제하기보다는 현행처럼 자율적으로 설치, 운영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의료기관의 자율적 설치를, 대한의사협회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병원협회는 “종합병원‧요양병원에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하기보다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임종실 설치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임종실 설치․운영에 따른 제반비용(인력·시설·감염관리 등)을 고려하여 건강보험 수가화 등 여러 지원방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병원협회는 “종합병원(급성기병원) 환자 대부분이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고 있을 정도로 환자 상태에 따라 임종 시간 및 예후 등의 예측이 어려우며, 임종케어 필요 환자의 발생 장소와 시간도 다양하여 임종실을 별도 공간 마련과 시설로 특정할 경우 감염관리 문제(임종실, 면회실을 병원 진료 동선과 구분하여 별도 공간 필요)와 함께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요양병원협회도 “임종실을 임의로 설치토록 하고, 건강보험 급여 지급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출했으며 의사협회는 “병원운영 규모가 다른 종합병원(100병상 이상)과 요양병원(30병상 이상)에 동일하게 임종실을 두도록 강제하는 것은 규모에 따른 형평성의 문제와 함께 요양병원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작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당시 제1법안소위에서 진선희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호스피스 전문기관 이용 대상 질환이 한정되어 있고 입원용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제외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임종실을 설치‧운영하는 의료기관의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개정안과 관련해 환자 및 가족의 임종실 이용 부담을 완화하고 임종실 운영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해서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개정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한다면서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보다 효율성의 문제를 들어 임종을 할 수밖에 없는 환자가 있는 상태일 때에는 1인실을 사용하게 하고 거기에 따른 건보수가 등을 조치해서 실질적으로 임종실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반적으로 병원 체계 내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수가제도도 개발하는 등 전반적인 정책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며 “법으로 강제를 하면 100병상 이상 기관들은 하나씩 이거를 마련을 해야되고 병상의 운영이나 이런 부분에서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수가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의원들도 대체로 개정안의 필요성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세부적으로 어떻게 할지, 지금 당장 시행하는 데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제도적으로 단순히 수가를 보장해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총체적으로 임종과 관련된, 완화의료‧호스피스와 관련된 전체의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정말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상급종합병원은 몇 년 안에 설치하고 또 종합병원은 몇 년 안에 설치하고 최소한 이런 정도라도 안을 가지고 오셔야지, 그냥 1인실은 비어 있다 이렇게 보시면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없다고 봐야 되고 실제로 이익을 좇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우리 병실이 없다’ 이렇게 해 버리면 할 수가 없다”고 복지부를 질타했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각 병원협회라든지 다른 데 의견을 다 보면 어쨌든 건강보험 수가화를 하게 되면 할 수 있겠다라고 하는 의견이 있다”며 “수가화하는 것에 대해 복지부가 찬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요양병원에서 의견을 낸 것처럼 임의로라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건강보험급여 지급 기준을 마련하도록 한다’ 이런 내용을 넣으면 되지 않나”라고 법개정에 찬성했다.

이같은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박민수 제2차관은 “오늘 당장 이거를 정해 놓고 법제화를 하자 이렇게 해 놓으면 대형병원들이 이를 수용하는게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수가안을 만들어 한번 논의를 해 보고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법안을 통과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