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소아의료 개선 해법은 ‘수가인상, 전담전문의 채용’

김지홍 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수가보상 통해 수련병원 인력 확보해야” 복지부에 협의체 구성, 전담부서 설치, ‘(가칭)어린이 건강기본법’ 제정 건의

2023-03-08     오민호 기자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3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소아 필수 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소아 의료 체계의 빠른 회복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소아진료의 특성을 고려한 적정수가 개선과 전담전문의 확충이 제안됐다. 아울러 소아청소년과학회와 보건복지부간 협의체 구성, 전담부서 설치, (가칭)어린이 건강기본법 제정 등도 건의됐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3월 7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저출생 극복을 위한 소아 필수 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김 이사장은 ‘저출산에도 영향주는 붕괴된 소아의료 시스템 개선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인력 인프라 급감으로 지역기반 진료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아청소년과는 진료 특성상 많은 시간 투입과 높은 업무강도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보상 수가로 대량진료에만 의존해 왔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진료량 격감으로 지역거점 1차 진료체계 붕괴가 급속진행되고 있다”면서 “생명을 다루는 노동집약적 필수 진료과에 대한 보상지원 정책의 변화가 없고 중환진료에 따른 의료소송과 의료진에 대한 책임 전가 등으로 인해 미래 비전을 상실한 예비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은 3년 전부터 급속히 악화돼 거의 탈출에 가까운 현상이다”고 토로했다.

실제 2019년 80%, 2020년 74% 수준을 보였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 25.4%로 급감한 상태다.

전공의 유입 급감 원인에 대해 김 이사장은 성인환자보다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상수가는 저평가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인과 타과에서는 보험급여 수가의 손실을 비급여로 충당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는 비급여 수가도 거의 없어 총수익이 가장 낮은 임상과에 속하고 병원내에서도 지원과 투자대상에서 최하위다. 임상과를 유지하기 위해 대학병원에서도 1회 외래에 40~50명 이상 진료를 해야 하는 대량진료에만 의존해 왔다는 것이다.

또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이후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이 의료진 개인에게 전가되고 의료소송에 휘말리기 쉽다는 인식 때문에 기피현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김 이사장은 진단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집약적 진료 특성에 맞게 보장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만 1~8세 기준으로 30%(1세 미만은 50%)인 입원진료 연령가산을 전연령에서 100%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저출산위기를 이겨낸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소멸위기 필수진료과의 수가 정상화로 위기를 극복했고 국내 신생아집중치료실의 병상과 전문인력 부족 사태에서도 입원진료수가 100% 인상으로 병상 증설과 의료인력의 유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흉부외과, 외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공의 임금지원과 보조인력 비용 지원이 소아청소년과에서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며 “전공의 수련과 수련담당 지도전문의 인력 비용에 대한 국가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했다.

특히 이런 전공의 유입 증진정책으로 최소 필요인력의 60% 이상을 전공의 인력으로 유지하되, 나머지 부족한 40%는 전담전문의로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공의 수급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련병원의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고난도, 중증, 응급질환의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김 이사장은 “신생아, 중환자실, 응급진료센터 등 고난도 중증질환 우선의 전문의 중심진료로 전환해 2, 3차 수련병원의 의료 질을 유지하고, 전공의의 책임과 부담을 줄여야 한다”면서 “고난이도, 중증 입원진료의 인력부족 극복을 위한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지원을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전공의 수련병원에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지원 대책으로 전담전문의 인건비를 직접 긴급 지원하는 시범사업 혹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신생아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고용지원과 같이 병상당 전담전문의 비율 증가에 따른 수가지원이 필요하며 전국 11개 소아전문응급진료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응급전담전문의 고용지원의 범위를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최소 전국의 80개 거점 수련병원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의 성인대비 소아가산 및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성인대비 연령가산 지원, 소아청소년 입원환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소아청소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전담전문의 확충과 함께 전문의 중심 진료와 전공의 인력부족을 지원할 보조 인력 고용지원의 병행이 필요하고 상급종합병원 및 병원평가에서 환자안전 평가점수에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및 응급전담전문의 운영점수가 가산돼야 하며 합당한 보상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소아의료체계의 빠른 회복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건으로 △복지부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의 연속성 있는 협의체 구성 △정책실현 파트너로서 학회가 최선의 역할 약속 △정책실행과 일선 현장과의 소통을 전담할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건강정책국(가칭)’ 전담부서 설치 △국가의 소아의료체계 관리 책임의 근거를 규정하는 ‘어린이 건강기본법(가칭)’ 제정 등을 건의했다.

한편, 필수의료 확충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면 좋아지지 않겠냐고 하는데 수요조사를 해보면 지금 상황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며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분야의)기울기를 어느 정도 맞춰놓은 다음에 산정했는데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다면 그때 가서 늘려야겠지만 현재는 (필수의료과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등) 기울기를 고르는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