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바뀌는 암 질환 적정성 평가…지표 대폭 삭제·추가

복지부·심평원, 2022년 대장암·위암·폐암 2주기 적정성 평가 시행 과정 중심 평가 → 암 진료영역 전반 성과 중심 평가로 개편 유방암과 간암 등 주요 암종에 대한 평가개선 작업도 진행 중

2021-10-26     정윤식 기자
사진 출처: 픽사베이

거의 모든 것이 '싹 바뀐다'라는 표현이 적절해졌다.

대장암, 위암, 폐암, 유방암, 간암 등 주요 암 질환 적정성 평가가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2011년부터 시행된 1주기 암 적정성 평가에서 사용한 지표 대부분이 삭제되고, 암 진료과정 전반을 포괄해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로 대폭 물갈이됐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2년부터 2주기 암 적정성 평가를 시행한다고 10월 26일 밝혔다.

2주기 암 적정성 평가를 관통하는 핵심은 ‘성과중심·환자중심·결과중심’이다.

이는 이미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1주기 지표를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암 적정성 평가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을 보완했다는 의미다.

즉, 1주기에서는 수술환자에 대한 과정 중심 평가였다면 2주기는 항암·방사선 치료 환자, 말기암 환자 등 암 진료영역 전반에 대한 평가로 개편된 것이다.

기존 평가에서 쓰인 수술 전 정밀검사 시행률, 병리보고서 기록 충실율 등과 같은 진료 수행 과정 관련 지표는 삭제됐으며 수술 사망률, 합병증 등 진료 성과와 직접 연결되는 결과지표가 신설·개선됐다.
 

대장암, 위암, 폐암부터 시행…말기 암 환자 지표 추가

2주기 평가는 대장암, 위암, 폐암 평가부터 시행하며 2022년 1월에서 12월까지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의 암 치료를 실시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대장암은 총 14개(평가지표 10개, 모니터링 지표 4개), 위암은 총 15개(평가지표 11개, 모니터링 지표 4개), 폐암은 총 12개(평가지표 8개, 모니터링 지표 4개) 지표에 대해 평가한다.

앞서 심평원은 지표개발 과정에서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1:1 면담 설문조사를 실시해 국민들이 임상현장에서 원하는 사항을 파악한 바 있다.

2주기 암 적정성 평가지표는 향후 신규평가 도입이 용이하도록 다양한 암에 적용 가능한 공통지표와 암 항목별 치료 특성을 살린 특이지표로 구분했다.

대장암, 위암, 폐암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지표는 총 12개(평가지표 8개, 모니터링 지표 4개)다.

우선 초기 단계의 암 진단 및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①암 확진 후 30일 이내 수술 받은 환자비율을 신설하고, 다양한 암 치료 기술 중 환자특성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선택하기 위해 ②전문인력 구성여부, ③암 환자 대상 다학제 진료비율을 새롭게 평가한다.

전문인력 구성여부 지표는 1주기 지표와 보완한 연계지표로, 외과 전문의를 위·대장 등 세부분과 전문의로 나누고 전문과목을 추가했다.

이어 수술 치료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④수술 사망률 ⑤수술 후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율을 평가하며, 중증환자 치료를 많이 하는 병원의 평가 부담을 보완하기 위해 ⑥수술환자 중 중증환자 비율을 신설했다.

수술사망률의 경우 폐암은 신규 지표이고 대장암과 위암은 30일 이내에서 90일 이내로 변경됐다.

아울러 수술·항암·방사선과 같은 암 치료과정에 대한 이해와 합병증 예방 등 자가관리를 위한 ⑦암환자 교육상담 실시율을 새롭게 적용한다.

모니터링 지표이긴 하지만 말기 암 환자에 대한 평가도 생겼다.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해 말기 암 환자의 과도한 치료를 지양하고 편안한 임종을 준비하는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⑧암환자 사망 전 중환자실 입원율 ⑨암환자 사망 전 항암화학요법 실시율 ⑩암환자 호스피스 상담률을 신설해 모니터링한다.

이 외에 ⑪입원일수 장기도 지표(LI)와 ⑫입원진료비 고가도 지표(CI)는 1주기 평가 그대로 유지한다.
 

지속적인 평가 필요한 1주기 지표 중 일부 유지

대장암, 위암, 폐암 적정성 평가 공통지표(위쪽)와 특이지표(아래쪽)

암별 특이지표는 대장암과 위암에서 1주기 지표 중 지속 평가가 필요한 지표로 구성되는데, 폐암의 경우 특이지표가 없다.

대장암의 특이지표는 정확한 암 병기 확인을 위해 시행하는 ①국소 림프절 절제 및 검사율과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항암제를 투여했는지를 확인하는 ②수술 후 8주 이내 권고된 보조 항암화학요법 실시율로 구성됐다.

위암의 특이지표는 내시경 절제술 후 완전절제를 확인하기 위한 ①내시경 절제술 치료 내용 기록 충실율, 내시경 절제술 후 불완전 절제 또는 전이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위절제술을 시행했는지 확인하는 ②불완전 내시경 절제술 후 추가 위절제술 실시율,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③수술 후 8주 이내 권고된 보조 항암화학요법 실시율 등이다.

심평원 평가3부 임상희 부장은 “요양기관들의 자율적인 질 향상 노력으로 암 진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향상돼 대다수 기관의 종합점수가 97점 이상으로 높아져 평가 실효성과 의료의 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암 진료영역 전반에 대한 환자·성과·결과 중심의 새로운 평가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대 암 중에서 대장암, 위암, 폐암의 사망률이 높고 논의가 가장 빨리 진행돼 우선 시행하게 됐다”며 “유방암과 간암 등 다른 주요 암종에 대한 평가개선도 추진 중인데, 2022년 하반기에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조미현 평가실장(왼쪽)과 평가3부 임상희 부장

특히, 새롭게 추가된 지표가 많은 만큼 의료기관의 불만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점수 산출방식 방법 등에서 충분한 고려를 하겠다고 밝힌 심평원이다.

임 부장은 “요양기관별 1:1 상담과 설명회, 질 향상 지원 활동 등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평가처럼 느낄 수 있는 만큼 임상에서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 점수 산출방식과 등급 커트라인 등은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통해 심사숙고하겠다”고 전했다.

심평원 조미현 평가실장은 “2주기 암 적정성 평가는 수술뿐만 아니라 치료 전 과정에 대한 평가로 전면 개편해 의료기관의 준비와 노력이 중요하다”며 “11월부터 홍보와 안내를 실시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