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변비가 ‘노쇠’의 신호

신체 기능 중증 저하 노쇠 노인 가운데 약 18%가 변비 건강한 노인보다 4배 많아…실내 자전거·맨손 운동 등 꾸준히 해야

2021-04-13     오민호 기자

노인의 변비가 단순히 소화 장애 문제를 넘어 신체 ‘노쇠’의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정희원 교수와 소화기내과 임지혜 전문의가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노인 1천 3백여 명을 대상으로 변비 여부와 신체 노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 정희원 교수

그 결과 신체 노쇠 노인 중 변비 환자 비율이 건강한 노인보다 4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신체 노쇠(frailty)는 노화(aging) 축적에 의한 결과로, 신체 기능이 떨어져 향후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낙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 된 상태를 일컫는다.

노인에게 신체 노쇠가 발생하면 결국 여러 질환으로 이어져 통계적으로 병원 입원 기간이 길고 장애 발생 위험, 치료 후 합병증 발생 위험, 사망 가능성 등이 상대적으로 높다.

변비와 신체 노쇠는 부족한 신체 활동량, 영양 섭취 불균형, 수분 섭취 부족 등으로 생겨 그 원인이 비슷해 변비와 신체 노쇠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정확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강원도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강원도 평창군에 거주하고 있는 만 65세 이상 노인 1,277명의 변비 여부와 신체 노쇠 정도를 조사했다.

변비 여부는 국제 변비 진단 기준(Rome criteria-4)을 활용해 복부 통증 빈도, 배변 빈도, 변의 모양 등을 설문 조사했다. 신체 노쇠 정도는 주관적 피로감, 낮은 활동성, 보행 속도 및 악력 저하, 몸무게 감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가했다.

먼저 전체 조사 대상 노인 중에서 344명(약 27%)은 건강했으며 738명(약 58%)은 노쇠 전 단계, 195명(약 15%)은 노쇠 상태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전체 노인 가운데 136명(약 11%)이 변비 환자였다. 건강한 노인의 경우 변비 환자가 약 4.4%(15명)불과한 반면 노쇠 노인은 약 18.5%(195명 중 36명)가 변비를 가지고 있어 그 비율이 약 4.2배 높았다.

반대로 노인 변비 환자들이 주관적 피로감, 활동성, 보행 속도, 악력 저하, 몸무게 감소 등 노쇠 세부 지표들에 해당하는 비율도 최소 1.1배에서 최대 1.7배 더 높았다.

신체 노쇠 정도에 따른 변비 유병률 분석 그래프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로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활동량이 크게 줄어 변비 증상이 생긴 노인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신체 노쇠의 신호일 수 있어 부모님이 먼저 말씀하시지 않더라도 혹시 배변 횟수가 1주일에 세 번 미만인지 등 변비 증상은 없으신지 여쭤볼 필요가 있다”면서 “변비와 신체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섬유질,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맨손 운동 등 근력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소화기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메드센트럴 소화기병학(BMC gastroenterolog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