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HC-포럼1]한국형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 현재와 미래

2020-11-27     오민호 기자
정은주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진료교수

과거의 의료는 환자를 잘 진료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현재는 질병도 많아지고 치료방법도 많아졌다. 이와 더불어 양질의 의료서비스, 환자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 각종 기관평가로 인한 행정부담은 증가하고 있고 그리고 더 나은 의료교육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업무부담이 과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체계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대안을 찾기보다 법 제정이 우선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의료현실에서는 미비한 의료체계, 부족한 보험수가, 의료진의 과도한 업무부담, 입원환자 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 등 결과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오버로딩(overloading) 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도입되고 2016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 본사업으로 진행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목적은 환자안전강화, 의료질적향상, 의료효율성증대 이상 3가지로 크게 요약될 수 있다.

이렇게 시범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들이 도출됐다. 입원기간 감축, 비용 감소, 중환자실 입실률도 낮아진다는 내용이다.

그럼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는 없다. 여러 가지 의료환경이 다르고 시스템이 달라서 없다. 대부분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사가 협진하는 체제다.

국내에서는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사실 외과전문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이다. 그리고 수술을 중심으로 수술전 치료, 수술 후 치료, 외래치료 이 모든 것을 다하는 게 외과전문의의 과거 역할이었다.

이제는 수술을 하는 집도의는 전체과정 중에서 수술에 집중하고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을 제외한 수술 전과 수술 후 관리 이 두가지에 집중하는 협업, 팀워크 형태로 업무부담을 하는 것이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이다.

많은 인력들이 환자를 중심으로 연계가 되어 있는데 사실상 서로 간의 간극이 매우 크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이고 이것을 우리는 시스템 케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는 크게 안전성, 의료 질, 효율성 이 세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Advance primary care를 담당하게 되고 병동환자의 수술 전후 진료 담당, 상처관리, 영양관리, 응급상황 대처, 합병증에 대한 조기 진단 조기 치료 등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시스템 케어에 대한 부분을 담당한다. 이 두 가지가 임상적 측면의 역할이 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수술감염(Surgical site infection)인데 미국에서는 병원과 관련된 감염에 수술에서의 감염 빈도를 줄여 환자안전을 향상시키고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한국에서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전공의, 간호사, 진료보조에 대한 교육 등도 역할에 포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효과를 보면 우리병원의 경우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MES(고위험환자 조기경보 시스템)가 활성화된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조기경보시스템 활성빈도를 비교하면 18.3%가 감소했다. 특히나 의료인력 공백기라고 불리는 12월부터 3월까지 MES 발생이 38.4% 감소했다.

그만큼 진료의 안전성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병동 환자의 재원 중 ICU 이동이 29% 감소했고, 지금은 주간진료만 하고 있는데 입원전담전문의가 없는 야간의 처방빈도와 의사 호출빈도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주간진료를 통해서 입원전담전문의 주간진료만으로도 야간 안정성이 향상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가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간에서의 콜, 이벤트, 처방이 줄어들어 안정성은 증가하고 당직팀의 업무량은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전공의가 진료하고 있는 환자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백업을 통해 응급상황 대처가 향상되면서 그 효과의 여파가 굉장히 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100명이 안되지만 3년 전에 비해 무려 7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많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좋은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의료시스템의 전환점이라는 콘셉트의 변화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과거의 관행적인 전공의 중심 의료시스템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한 전문의 중심 진료시스템으로의 변화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의료기관의 현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로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제는 많은 논의 중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과 노력할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다.

논쟁이 되는 부분은 수가 구조다. 수가 구조는 주로 인원에 따라 수가가 세워져 있다. 초기 논의 안으로 제안했던 수가 구조는 크게 A, B, C, 3가지 형태로 나눠져 있다.

C형태는 주중, 주간만 전담의가 진료한다. 주말은 없다. B는 주말 공휴일 포함해 주7일 주간 전담의가 진료를 한다. 야간은 없다. A는 주 7일 24시간 전담의 진료형태다. 가급적이면 주중보다는 주말까지 주말보다는 야간까지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시간을 조금 더 늘리고자 이런 운영형태를 만들게 됐다.

전담의 수는 5명, 3명, 2명 이렇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운영해 봤다. B형태는 2명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고 4명으로 운영도 가능하다. C형은 입원전담전문의 1명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전담의 수를 정해 놓으면서 오히려 기관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삭제를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또 다른 것은 운영비율에 대한 것이다. 자세히 보면 운영비율에 따른 수익 증가 효과가 없다. 수가 구조는 의료기관의 다양성을 반영해 현장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다양한 환자 중증도를 반영해 기관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익 창출 목적이 아니라 양질의 의료서비스라는 목적을 부여하는 형태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건정심에 올라간 안은 현재 시범 수가와 동일하게 하고 서울 이외 지역은 15% 가산하는 형태였다.

인접병동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병동 크기의 다양성으로 인해 같은 층의 병동, 한층 위/아래 병동은 같이 진료를 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었는데 수용이 안됐다. 향후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안할 것이다.

또 하나는 향후 제도 보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보안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 상설기구가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한국형 모델에 맞게 제도를 안착시키려면 많은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또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들도 많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향후 본사업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중심의 진료시스템에서 전문의 중심의 진료시스템으로 가는 전환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정책적으로는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현장 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