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2030년까지 국내 C형간염 종식” 선언

제21회 간의 날 기념식에서 퇴치 선포식 가져 90% 이상 환자 발굴해 완치한다는 목표 제시

2020-10-20     오민호 기자

“앞으로 10년 후에는 C형간염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환자가 없도록 하겠다.”

한국간재단 서동진 이사장과 대한간학회 이한주 이사장은 10월 20일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간(肝)의 날’ 기념식에서 오는 2030년까지 C형간염 종식을 선언했다. 민간 차원에서의 특정 질병 퇴치 선언은 국내 최초다.

한국간재단과 대한간학회의 이날 선언은 그동안 C형간염의 위험성과 질병부담을 알리고 국가적인 광범위한 검사 체계 확립과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해 왔지만 최근 국내 C형간염 환자의 진단과 치료 성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신규 감염자 발생과 함께 기존 환자들이 간경변증, 간암 진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간재단과 간학회는 C형간염 퇴치를 위한 비전과 행동계획을 선언한 것.

C형간염 바이러스는 유전자 변이가 심해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구 약제가 이미 개발돼 2~3달만 복용하면 98%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초기에 진단만 되면 쉽게 완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천연두 바이러스에 이어 C형간염 바이러스를 퇴치 가능한 질환으로 규정해 각국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날 한국간재단과 대한간학회는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위한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선포했다.

현재 약 30%대에 머물러 있는 일반인들의 C형간염 인지율을 2030년까지 90%까지 향상시키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C형간염 검사 및 진단율을 9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C형간염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비율도 60%에서 2028년까지 90% 이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과 함께 학회 차원에서 C형간염 교육과 연구를 장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한주 대한간학회 이사장(울산의대)은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속에서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과학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것은 인류의 노력으로 바이러스 퇴치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례”라며 “더 늦기 전에 정부를 비롯해 학계, 사회 각계각층이 C형간염 퇴치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선포식에 이은 토론회에서는 바이러스간염의 심각성과 그 대책들이 발표됐다.

임영석 대한간학회 총무이사(울산의대)는 ‘바이러스간염 퇴치를 위한 대한간학회 특별위원회 활동 보고 및 2030, C형간염 퇴치 전략’에서 현재 국내에서 만성 간질환(간경변증 및 간암)에 의한 사망 위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 10만명당 연간 간암 사망이 22.9명인 것에 비하여 홍콩은 11.4명, 일본은 9.5명, 유럽은 3.6명, 미국은 3.1명 수준이다. 문제는 생산 활동 연령인 40~60대에서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높아 직접 의료비용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사회비용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임 교수는 “다행히 C형간염은 단기간 치료로 완치가 가능해 집중적으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치료하면 전염 가능성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간경변증, 간암을 예방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C형간염은 사회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가장 중요한 건강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재영 정책이사(순천향의대)는 ‘C형간염 환자 조기발견 시범사업 현황’을 보고했다.

올해 9월부터 10월까지 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청은 공동으로 1964년생 국민들에게 무료로 C형간염 항체 검사를 실시하는 이 시범사업은 국내 C형간염의 유병률, 위험인자, 그리고 조기발견의 비용 효과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 중이다.

장 교수는 “이 사업의 향후 결과에 따라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국내 C형간염 환자 관리사업과 향후 대상 연령 다양화를 통한 추가 연구 설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장 교수는 “전산 집계가 가능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이 혼재해 정확한 검진자수는 12월 20일 청구 마감일에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올해 사업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 대상자 약 80만 명 중 6만 명 정도만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수검률 저하가 사업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말의 검진 사업 결과에 따라 진행될 경제성 평가가 직접 의료비용뿐만 아니라 간접 비용까지 고려해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2차년도 시범사업은 충분한 예산 증액(약 35억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내년 시범사업의 대상과 범위도 현재 질병관리청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한주 대한간학회 이사장도 “그동안 C형간염을 건강검진사업에 도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그 대상이 너무 적어 검사 대상을 대폭적으로 늘리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