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병원경영과 원가(10)

데이터 병원경영

2020-02-11     병원신문

김갈렙병원장은 몇일 전 들었던 신년 “보건의료 환경변화” 특강 때 정리한 메모지를 꺼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환자 구성 변화, 보건의료 정책 변화(신포괄수가제, 전달체계 개선), 정보통신 기술과 제도 변화(빅데이터와 AI, 데이터 3법 개정), 병원 인적 구성 변화(밀레니얼 세대), 점점 요구가 많아지는 고객(환자경험), 민첩하게 움직이는 경쟁병원…

어느 것 하나 다루기 쉬운 게 없다.

“우리 병원도 그간 열심히 해 왔는데, 앞으로 10년, 20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요즘 병원 경영은 특히 어려운 것 같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아 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먼저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옛날처럼 경영자의 직관이나 전문가의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위에 기술된 변화들에 대처하기 어렵다. 병원 내외부의 복잡하고 방대한 활동(transaction)들을 한 눈에 파악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CT와 MRI같은 도구로 정확히 진단하여(근거기반) 처방을 내리듯이, 경영도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Evidence-Based Management). 더욱이 데이터가 무궁무진 쌓여 있는, 빅데이터 산업의 총아인 병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지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과학적인 분석방법이 필요하다. 통계, 경영과학, 인공지능 같은 접근으로 질 높은 분석결과를 얻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회귀분석을 통한 병원 이익 유발 요인 분석 및 예측

△시계열분석을 통한 수요 예측 및 서비스 제공 능력(Capacity) 관리

△통계적 품질관리

△구조방정식을 통한 환자와 직원만족도 분석

△재무분석 기법(Net Present Value, 순현재가치)을 통한 투자 의사결정

△지리정보 분석(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을 통한 수요/협업지도창출

△DEA(Data Envelope Analysis, 자료포락분석)를 통한 진료과 생산성 분석

△선형계획법(Linear Programming)을 통한 자원 배분 의사결정

△군집분석, 회귀분석, DEA를 활용한 전문의 성과보상 제도 설계

△AHP(Analytical Hierarchy Process)를 활용한 전략 우선 순위 부여

△PAT(Profit Analysis Tree)를 활용한 벤치마크와의 차이 분석(그림 참조)

친숙한 용어들은 아니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보편화된 것들이다. 분석 도구(software)도 이미 세상에 다 나와 있다(B-BoxTM라는 프로그램은 개인 용도로는 무료로 다운로드(www.bboxworld.com)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병원의 관리자와 실무자들이 충분히 학습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간 갈렙병원은 원가정보를 활용해서 그때 그때 필요한 의사결정을 해 왔다. 김병원장은 이제 갈렙병원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위해 큰 발걸음을 내딛으려고 한다.

병원의 모든 외부 환경을 계량적 데이터로 해석해 내고(10년 후 진료권 인구분포와 환자수 변화, 질환 구성(case-mix)의 변화, 정부 정책의 영향 등), 내부 역량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고 한다(진료과별 수요, 상병 점유, 처방 패턴, 성장성, 수익성, 생산성, 진료성과, 의료수준과 고객서비스 등). 이를 통해 병원차원 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과와 부서가 더 나은 수준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정리하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원가분석을 하며 쌓은 역량이 있어서 해 볼만 하다. 진료과 의사들과 직원들도 병원 경영 자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 졌다. 부족한 부분은 직원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줘서 채우면 된다.

갈렙병원의 미래 10년을 상상하니 김병원장의 가슴은 벅차 오른다.

어느 조직이건 경영자의 의사결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병원처럼 의사결정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대규모 자원 투자로 귀결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의사결정은 근거에 기반한다. 그 근거란 무엇인가? 데이터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 역량이 병원의 의사결정 수준을 좌우한다. 궁극적으로 병원의 미래를 결정한다.

정성출 갈렙ABC 컨설팅 부문 대표

“’병원경영과 원가’라는 주제로 10회에 걸쳐 글을 썼습니다. 병원 경영자와 관리자 분들이 원가자료 활용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조금이라도 쉽게 접하고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