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장기 연구과제에 본격 투자할 때”
박도준 국립보건연구원장 “앞으로 제2, 제3의 한미약품 매년 한두 개씩 나올 것”
2018-12-06 최관식 기자
내년 1월로 2년8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로 복귀할 예정인 박도준 국립보건연구원장은 12월5일 충북 오송에서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 보건연구 분야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박 원장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산업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20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축적된 인력과 자원이 앞으로 우리나라에 상당한 돈을 벌어다 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장을 한 만큼 이제는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보건연구 분야 연구에 20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기초를 튼튼히 다질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정부는 R&D 부문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내 줄 것을 기대하지만 단기간의 투자로는 역부족이며, 판을 바꿀 정도로 큰 연구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만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라는 안정된 자리를 잠시 뒤로하고 국립보건연구원장이라는 생소한 직책을 맡게 된 배경과 관련해 박도준 원장은 “임상의사로서 미국 NIH(국립보건원)에서 8년간 근무하며 보고 배운 것을 국내에 이식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며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잘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보건연구 분야의 가능성과 긍정적인 측면을 확인한 점은 나름대로 큰 성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미국 NIH에서 자신이 소속된 연구실 책임자의 경우 8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려 60년간 한 가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인 지원을 해줬고, 그 결과 그의 제자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만 2명이 배출되는 등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제력이나 연구개발 인력의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성과를 재촉하지 않고 장기간 연구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박도준 원장은 또 보건연구원 내에 줄기세포재생센터를 비롯해 인체자원은행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2020년 완공 예정으로 공공백신 개발·지원센터와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이 곧 들어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시설들은 운영에 필요한 실비만 부담하면 쉽게 활용할 수 있는데 아직은 대학교수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그는 “제약사 등 산업계가 신약개발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와 시료 등을 계속 오픈해 나갈 것”이라며 “스타트업 등 좋은 아이디어와 연구개발 역량을 가진 산업체가 비용 부담 없이 많이 활용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박도준 원장이 취임하던 2016년 433억원이던 국립보건연구원의 주요 R&D 투자 규모는 2017년 518억원, 2018년 605억원, 2019년(안) 749억원 등 연평균 13.0%씩 증가, 정부 전체 R&D 예산 증가율 3.5%의 4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 기간 중 수족구병 백신 후보주(EV71)의 기술이전과 한국인 맞춤형 유전체칩을 상용화한 ‘한국인칩’ 기술이전 등 상업적인 성과도 속속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