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공의 특별법 그리고 환자 안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박종훈
2017-04-18 병원신문
지난 수십 년간 병상은 급격히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대생 정원은 동결된 터라 전국의 거의 모든 병원들이 환자 수 대비 전공의 정원은 이미 양질의 진료를 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는 상태다. 더욱 큰 문제는 설령 정원을 충족한다고 해도 심각한 상황인데 대부분의 병원들은 정원의 상당수를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병원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될까? 예전에는 전공의 당직이 각 연차별로 구성된 팀 단위로 운영되었다. 즉 당직이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모두 함께 하면서 어려운 상황의 경우 고년차가 나설 수 있는 협력체제였다면 지금은 전공의 근무시간이 제한되기 때문에 팀 단위가 아닌 각 개인 단위로 당직이 배분된다.그렇다보니 어떤 날은 2년차 어떤 날은 3년차가 혼자서 단독으로 당직을 서면서 수많은 환자를 책임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니 과중한 업무에 경험 많은 인력의 부재로 인해 병동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경험이 부족한 전공의가 홀로 당직을 서면서 발생되는 문제들이 심각한 상황으로 드러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말의 경우 당직 전공의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겠지만 분명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전공의 특별법이 현실에 안 맞는다느니 PA를 더 확충해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은 적절해 보이지 않고 대안이 될 수 없다. 결국은 스탭들이 나서는 환자 안전 시스템의 확립이 절실하다.
주말이건 주중이건 응급실로 들어오는 환자는 적절하게 처치가 될 수 있다. 환자에게 발생한 문제 중심으로 진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동은 다르다. 이미 정해진 과에 입원이 된 상태에서 발생되는 타과적인 중대 문제의 경우 신속하게 적절한 과로의 전과나 진료가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첨병에 서 있는 당직 전공의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한 처리가 아닌 자신의 역량으로 버티는 것이 고작일 수 있다.새벽 한 두시에 발생한 중대한 문제 환자를 타과의 전문의에게 의뢰 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전공의는 없다. 그것은 전문의가 당직을 섰어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전공의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다.
더욱이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인해 홀로 당직을 서야만 하는 현 상황에서 당직 전공의가 겪을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결국 staff 들이 직접 간여하는 병원 내 중증환자 발생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고서는 환자 안전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텐데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에 대한 대책이 논의조차 안 되고 있을 것이다.이제 병원의 발전계획은 전공의 문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공의 자원은 한정돼 있고 그 자원의 상당수는 소수의 병원이 독점하고 있다. 상황은 벌어졌고 이제 전공의에 의존하는 병원 내 당직 시스템을 전공의 충원 여부와 무관하게 스탭들의 영역으로 전향적으로 전환해야만 할 것이다. 기존의 방식대로 당직체계를 가져간다면 대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