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 급성기 관여 유전자 발견

서울성모 김동욱 교수팀 세계 최초 규명

2017-03-02     오민호 기자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급성기로 진행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초기에는 만성기 상태가 5~6년간 지속되다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할 경우 갑작스러운 백혈병 암세포가 무한 증식해 1년 이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급성기로 돌변한다.

그동안 급성기로 변화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연구진들이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결정적인 유전자를 찾는데는 실패해 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김홍태,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명경재 교수 등 임상과 기초 연구진들이 14년간의 집요한 연구 끝에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 급성기 전환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인 ‘코블1 (Cobll1)’을 발견했다.

특히 연구진은 최신 정밀의학 기법인 차세대 유전자 분석 방법(차세대 시퀀싱 기술)과 제브라 피쉬(Zebra Fish) 실험을 통해 코블1 유전자가 증가하면 글리벡,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슈펙트, 포나티닙 등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증세가 갑자기 악화돼 급성기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급성기 전환 후에 코블1 유전자의 발현이 높은 환자는 최신 표적항암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증가하고 이 유전자의 발현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경우, 표적항암제에 백혈병 세포가 다시 잘 듣는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이에 따라 코블1 유전자는 백혈병의 진행과 예후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 가능하고 동시에 이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가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재까지의 후속 연구에서 코블1 유전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의 줄기세포 뿐만 아니라 일부 고형암에서도 발현이 증가됨을 밝혀 근본적으로 백혈병 줄기세포를 공격하는 완치 치료제의 개발과 함께 다양한 고형암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한국백혈병은행에서 장기간 정기적으로 보관되어 온 백혈병 검체를 이용해 90명 이상의 환자에서 확인한 것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코블1 유전자의 기능 규명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표적항암제 내성과 급성기 진행에 대한 또 하나의 퍼즐이 풀렸다”며 “향후 획기적인 백혈병 치료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고, 이를 다른 백혈병으로까지 확대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네이쳐 자매지이자 혈액암 분야의 세계 1위 국제학술지 ‘루케미아 (Leukemia : Impact Factor 12.104)’ 인터넷 판 2월24일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