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들이 마을에서 띄우는 편지
상태바
바람들이 마을에서 띄우는 편지
  • 박현 기자
  • 승인 2013.12.24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우신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수필집 펴내
글 쓰며 환자애환 깨닫는 정형외과 의사의 인생 이야기
관절염과 무릎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명의(名醫)인 저자가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응축된 병원에서 보낸 20여 년간의 세월을 한 권의 수필집으로 묶어냈다.

조우신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최근 '바람들이 마을'에서 23년간 의사생활을 하며 틈틈이 쓴 수필을 모아 '바람들이 마을에서 띄우는 편지'를 펴냈다. '바람들이 마을'은 서울아산병원이 자리 잡은 송파구 풍납동(風納洞)의 원래 우리말 이름이다.

글쓰기가 직업인 전문작가는 아니지만 그는 수필에서 의료현장의 생생함과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느꼈던 사람들의 삶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번 수필집에 실린 '딸이 더 좋아'에서는 자식을 키우느라 평생 시장 좌판터에서 장사를 해 무릎이 고장 난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딸이 생면부지의 조 교수에게 편지를 쓴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방도가 없겠냐는 간절한 울먹임이었다.

여기저기 뛰어다녀 치료비 일부를 마련한 조 교수는 딸에게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외래환자와 15명의 입원환자, 빡빡한 수술일정과 강의가 기다리는 탓에 늘 시간이 모자란 그이기에 환자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처음 보는 모녀간이었으나 그간 편지 왕래가 있어서인지 첫 상면부터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의 무릎은 퇴행성관절염으로 망가질 대로 다 망가져 걸음을 거의 걷지 못할 정도였다.”(본문 중)

'환자가 되어보니'에서는 작가 자신이 통증이 심해 걷기조차 힘든 척추협착증을 앓고 난 뒤에야 엉덩이가 빠질 것처럼 아프다던 환자들의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자신을 반성한다. 이렇게 아픔을 통해 환자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료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한번 통증이 발생하면 이삼십 미터도 걷기가 힘들어서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오죽하면 환자들이 그렇게 두렵고 하기 싫은 수술을 받으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본문 중)

아울러 조우신 교수는 70세에 늦깎이 수필가로 등단해 아들에게 글을 쓰도록 힘을 불어넣어준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도 담아냈다.

'아가, 그동안 수고 많았다'에서 조 교수의 어머니는 육남매를 가르치느라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보따리 장사는 기본이고 돈이 되는 일이면 천 리 길도 찾아 가셨다”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한다.

“잘사는 여고 동창들을 찾아가 옷감을 팔기도 하셨고 졸부의 마누라에게 자존심을 다 버리고 고개를 숙이기도 하셨다”는 대목에서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최원현 문학평론가는 “외과의사이니 눈물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사람으로 그려질 수 있지만 너무나도 감성적인 작가”라며 “의사로서 바쁜 시간들 틈틈이 수필을 썼다는 것은 결코 하늘이 내려준 글 솜씨가 있지 않고는 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조 교수의 세 번째 수필집이 된 '바람들이 마을에서 띄우는 편지'는 4부로 구성됐다. 1부 '아가, 그동안 수고 많았다', 2부 '환자가 되어보니', 3부 '비와 나', 4부 '속고 속이는 세상'으로 나뉘어 모두 67편의 수필이 실렸다.

1부는 가족에 대한 사랑, 2부는 환자를 진료하며 일어난 이야기, 3부는 작가의 내면세계, 4부는 사회 현상을 주로 다뤘다.

조우신 교수는 1999년 첫 수필집 '때론 의사도 환자이고 싶다'를 출간했으며 2002년 대한의사협회에서 수여하는 제1회 의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 '한국수필'에서 '담배에 대한 단상'과 '여자와 어머니'로 신인상을 받고 수필가로 등단했다. 이번 수필집은 2005년 '그리울 땐 그리워하자'를 펴낸 이후 8년만이다.

세 권의 수필집 이외에도 조 교수는 '선생님 무릎이 아파요', '무릎의 인공관절술' 등 전문서적을 빼어난 글 솜씨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썼다. 최근에는 국내 정형외과 의사 최초로 세계 3대 학술전문출판사 'Springer(스프링거)'에서 'Knee Joint Arthroplasty(무릎의 인공관절술)'을 출간하기도 했다.

조우신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병원이 자리한 바람들이 마을에서 느낀 생각과 사연들을 틈틈이 써서 모았다. 시시콜콜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여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사연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개미·1만2천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