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이 뇌성마비 어린이 재활 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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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학생이 뇌성마비 어린이 재활 책 발간
  • 김명원
  • 승인 2005.07.0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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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의대 교수인 이주희 양
대입 준비중인 고3 학생이 바쁜 와중에도 뇌성마비 어린이들의 재활을 돕는 책을 자비를 들여 번역, 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신여고(노원구 중계본동) 3학년 이주희 학생.

이주희 학생은 뇌성마비 어린이들의 언어 재활을 돕는 책을 발간하기 위해 최근 1년 동안 틈틈이 미국 재활의학자 버니스 루더포드가 쓴 "Give them a chance to talk"를 번역 "우리도 말을 잘 할 수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목양사 발행, 가격 8,000원.

이주희 학생은 뇌성마비 재활 치료 전문가가 아니면서도 자신이 뇌성마비 어린이들의 언어 재활을 돕는 봉사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의 전문서적을 번역 발간함으로써 언어 장애가 심한 뇌성마비 어린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이주희 양은 자신이 발간한 책을 전량 뇌성마비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계획을 갖고 있어 자칫 우리사회에서 소외될 수 있는 뇌성마비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직접 실천한다.

이주희 양이 이 책을 번역 발간하게 된 계기는, 이 양의 친 오빠가 대입 수능 준비를 하던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빠가 고3의 가장 바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뇌성마비 학생을 1년 반 정도 무료 특별과외를 했다. 결국 과외를 받은 뇌성마비 학생은 대입에 실패했지만 이러한 오빠의 아름다운 행동을 보면서 성장한 이주희 양은 오빠의 "제자"가 뇌성마비의 문제로 대입의 벽을 넘지 못하게 되자 이에 자극을 받아 뇌성마비 어린이를 위한 일에 직접 뛰어들었다.

당시 재활의학과 전문의 의사인 이모를 찾아가 뇌성마비 어린이에게 말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도 뇌성마비 아이의 언어 능력이 향상되지 않자 주희양은 뇌성마비 언어 훈련하는 자원봉사자 자격을 상실했다.

여기에 낙심한 주희양은 뇌성마비 어린이를 위한 일에 골몰하다가 이모로부터 뇌성마비 언어 훈련을 위한 국내 서적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외국 서적을 번역해 우리말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주희양은 영어 경시대회에서 입상 경력이 있는데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뇌성마비 어린이의 언어 재활을 돕는 자원 봉사활동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 장애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러나 이주희 양은 책을 발간하는 어려운 작업을 끝내고 보니 책 발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주희양은 결국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명절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님으로부터 받아 모아 온 세배 돈과 용돈 400만원을 책 발간비용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주희양은 부모님이 의사이기 때문에 언뜻 의과대학을 지망하리라고 생각되지만, 현재 사회복지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희양의 꿈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작은 촛불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런 주희양에 대해 부모인 아버지 이상도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어머니 이동순 서울대학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우리부부가 할 줄 아는 것은 아무 재주도 없고 다만 성실하게 사는 것 밖에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늘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인생을 늘 과속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가고 싶다." 아마 이런 생각을 주희가 자라면서 우리 부부의 생각을 컨닝한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출판사 관계자와 학교 선생님들은 "어른들도 하기 힘든 생각을 어린 학생이 한다는 것이 너무 대견하고 든든하다"며 "이주희 양을 보면 우리의 젊은 세대에 대한 일부 그릇된 편견은 기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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