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피임약 찾는 당신, 몇 번째 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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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 찾는 당신, 몇 번째 복용?
  • 박현 기자
  • 승인 2013.05.29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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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 남용하면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부작용 간과할 수 없어

20대 미혼 직장여성인 B 씨는 '피임은 남자 몫'이라는 생각으로 평소 피임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간혹 성관계 후 '혹시 임신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 때 믿는 구석이 바로 응급피임약이다.그런데 이번에는 응급피임약을 처방을 받으러 갔다가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지난 번 복용 후 얼마 되지 않았는데 피임을 응급피임약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응급피임약과 경구피임약 처방을 같이 받아왔다. 응급피임약 처방 덕분에 처음으로 실질적인 피임을 시작한 셈이다.

B 씨는 이번에 산부인과 전문의의 피임상담을 받으면서 응급피임약이 말 그대로 '응급'할 때만 복용하는 약이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이 가장 놀라왔다고 한다.

자신은 아예 사후피임약으로 알고 있던 응급피임약을 여러 번 복용하면 고용량의 호르몬에 내성이 생겨 급할 때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니 응급피임약에 피임을 의존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밖에도 관계 후 하루만 지나도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가 15% 이상 떨어지는 점도 평소 별도의 피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B 씨는 응급피임약을 실제 복용해 보니 속도 편하지 않고 두통이 생기더라며 응급피임약이 부담없이 자주 먹을 수 있는 약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경구피임약은 복용 2달째가 지나면서 생리시작 전 불편했던 증상이나 생리통도 훨씬 줄어들어 잘 선택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이예경 위원은 “응급피임약을 사후 피임약으로 오해해 자주 오기 불편하니 한 번에 여러 회분을 처방해 달라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피임약에 대한 교육과 설득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경구피임약의 호르몬에 비해 약 10배에 달하는 고용량 호르몬 요법이다. 따라서 복용 후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하복부 통증, 유방통증, 피로 및 불규칙한 질 출혈, 여성호르몬 및 내분비계의 일시적 교란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한다.

응급피임약 부작용으로 인한 출혈을 생리로 오인해 임신상태를 간과하거나 자궁외 임신과 같은 응급상태를 모르고 방치할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은 여성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산부인과전문의와의 상담 후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이예경 위원은 B 씨처럼 응급피임약의 처방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가 응급피임약 복용 이후의 피임방법까지 상담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응급피임약을 처방없이 판매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처방 후에만 구입할 수 있는 지금도 응급피임약은 이미 일반 피임약보다 2배 이상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처방전 없이 누구나 응급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응급피임약이 일상적인 피임방법의 한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직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10대들이 아무 제약 없이 응급피임약을 남용하게 될 때 부작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이예경 위원은 피임약 복용 비율이 2.8%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사전피임의 실천이 일반화되기 전에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의 피임 및 생리관련 질환에 대해 정확한 의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웹사이트(http://www.wisewoman.co.kr/piim365)를 통해 전문의의 무료상담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으며 중고등학교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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