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에 빠져 화상 입은 중국 어린이에 희망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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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에 빠져 화상 입은 중국 어린이에 희망 선사
  • 김명원 기자
  • 승인 2013.03.12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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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한강성심병원·한림화상재단, 초청 재건수술 지원

 

3일의 연휴가 시작되던 3월1일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 소아병동. 삼삼오오 모여 깔깔거리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어린이가 있었다. 주인공은 양리(5·남). 생김새가 비슷해 얼핏 보면 한국인 같지만 사실은 화상치료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중국 아이.

지난 2008년 중국 하남성에서 태어난 양리는 밝은 성격과 애교로 주위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낯을 가리지 않아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어릴 때부터 일터에 나가는 부모를 따라나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빠, 엄마와 함께 출근했고 일이 끝나면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집보다는 돼지 가축사육장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고 장난감 대신 돼지와 뛰어노는 일이 더 흔했다. 가끔은 고사리 같은 손이지만 엄마를 도와 분뇨를 치우고 사료를 주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2011년 2월. 이날도 어김없이 돼지와 함께 뛰어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한시도 양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아빠와 엄마였지만 재미있게 노는 아이를 보자 ‘괜찮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그렇게 양리를 혼자 둔 채 사육장 끝으로 가 일을 했다.

그로부터 몇 분 후, 돼지와 장난을 치던 양리는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며 사료솥에 빠졌다. 우는 소리에 한 걸음에 달려온 아빠가 양리를 솥에서 곧바로 꺼냈지만 잔반이 펄펄 끓던 솥의 온도는 150℃가 넘었기에 깊은 2·3도의 화상을 피할 수 없었다.

긴급 후송된 병원에서는 양리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리는 수개월간의 급성기 치료를 잘 이겨냈고 무사히 퇴원했다. 많은 액수의 치료비는 다행히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해결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의 수술비가 들어갈 지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양리네 가족은 사고 전과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아이에게 아픈 상처를 준 곳이었지만 양리 부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라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돌아갔다. 오히려 양리의 간호로 어려워진 살림을 메우고자 추가근무를 할 만큼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평화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양리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당기면서 제대로 걷지도, 양팔을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자라는 뼈와 달리 피부가 성장을 멈춰서 생기는 현상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양리의 소원이 ‘잠을 제대로 자는 것’이 됐을 만큼 아이는 고통스러워했다.

양리네 가족을 안타깝게 여기는 주민들이 늘면서 차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마침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국지사 관계자에게까지 전해졌고 양리는 한국에서 무료로 수술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체류비와 항공료를 지원하고 국내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인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이 치료를, 화상환자 후원 사회복지법인인 한림화상재단이 치료비를 후원하기로 한 사업에서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

여권과 비자와 같은 행정적인 절차가 모두 끝난 2월18일 양리와 그의 엄마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첫 해외 나들이에, ‘이제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찼다. 그리고 다음 날인 2월18일 병원에 입원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이종욱 교수의 진찰 결과 양리는 화상 후유증으로 인한 전신 구축으로 진단됐다. 정밀 검사 끝에 2월20일 수술이 진행, 수술명은 피부의 흉터병태 및 섬유증이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장난을 치던 양리도 수술의 통증은 참기 힘들었는지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이겨내야 똑바로 걷고 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프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이겨냈다.

결과도 좋았다. 당기던 피부는 아이의 성장에 맞춰 자리를 잡았고 양리의 얼굴에는 웃음이 다시 찾아왔다. 현재 양리는 물리치료실에서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2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림화상재단은 포털사이트 다음(Daum),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지난해 12월3일부터 28일까지 네티즌들에게 양리의 사연을 소개하고 SNS퍼가기, 희망댓글달기, 지식마일리지 등을 통한 모금활동을 펼쳤다. 또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으로 2천500여만원을 모아 양리의 수술비로 사용했다.

현재 회복 중인 양리는 3월28일 중국으로 돌아간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은 화상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치료제 등 약제 일부를 양리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또 환송회를 통해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앞으로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이종욱 교수는 “현재는 수술을 통해 구축 정도를 완화시켜 걷거나 양팔을 올리는데 문제가 없지만 소아화상의 특성상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피부를 늘려주는 이식수술이 필요하기에 양리의 경우 몇 차례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양리와 같이 현지 의료기술의 한계와 치료 어려움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저소득국가 화상환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무료진료를 펴고 국내로 초청해 수술을 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림대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필리핀, 인도네시아, 몽골 등 아시아 저소득 국가를 찾아 무료 화상진료를 편데 이어 지금까지 약 10여명의 환자를 초청해 수술을 실시했다. 또 오는 6월과 12월에는 몽골과 필리핀을 찾아 화상환자를 위한 무료진료를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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