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심해 박테리아, 외계 생명 단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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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심해 박테리아, 외계 생명 단서 제공
  • 윤종원
  • 승인 2005.06.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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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 속에서 살면서 해저 화산 분출구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신종 박테리아가 발견됐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이같은 유기체의 존재는 지구처럼 열수(熱水) 활동을 보이는 것으로 믿어지는 목성 위성 유로파와 같은 다른 천체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을 이끈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미생물학자 토머스 비티는 "이 유기체가 정말로 깊은 바다 속에서 빛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외계에도 비슷한 것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심해 열수구 부근에서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발견됐지만 이들은 광합성이라기보다는 화학반응을 통해 생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신종 유황 박테리아는 흐린 빛의 도움을 받아 황화합물을 생존에 필요한 물질로 전환한다. 연구진은 해저 로봇을 이용해 코스타리카에서 서쪽으로 약2천㎞ 떨어진 동태평양 해팽(海膨)의 수심 2천250m 해저 화산 열수구 주변에서 이 박테리아를 채취했다.

비티는 "우리가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이 미생물이 빛을 내는 열수구 부근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뿐"이라면서 "이것이 장기간 생존에 빛을 필요로 했던 점으로 미루어 빛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그는 혐기성(嫌氣性)인 이 박테리아가 햇빛이 더 잘 드는 곳에서 옮겨 갔을 가능성을 시인하면서도 넓은 바다에서 이처럼 작은 유기체를 우연히 발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뮌헨대학과 애리조나 주립대, 알래스카주립대, 버뮤다 생물연구소 등 여러 나라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이 박테리아가 열수구에서 나오는 극도로 희미하고 적외선에 가까운 빛을 흡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박테리아가 어느 정도까지 열을 견딜 수 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연구진은 이것이 극도로 뜨거운 열수구와 극도로 차가운 심해 사이의 지점에서 생존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비티는 "열을 좋아하지 않는 유기체가 빛을 얻기 위해 광원 부근에 삶아지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서 생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으로 과학계는 어떤 생명체든 빛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은 태양 광선이 닿는 곳으로 서식지가 한정된다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주생물학자들은 이미 외계에도 광물질을 섭취해 화학합성을 통해 살아가는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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