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우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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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우리형"
  • 윤종원
  • 승인 2004.09.2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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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X새끼들아. 나 XX 피곤하거든. 담엔 떼로 덤벼라."

꽃미남 원빈(27)이 "돌변"했다. 육두문자는 기본, 주먹 하나 믿고 산다. 머리카락을 빡빡 밀고 폼생폼사다. 도대체 그 머리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외양이다. 사람 판단 함부로 하지 마라. 그의 마음은 여리고 깊다. 영화는 바로 그 마음을 그린다.

다음달 17일 개봉하는 "우리 형"은 가을에 어울리는 질박한 최루성 드라마다. 가족애와 형제애를 질긴 부산 사투리와 함께 담아낸 영화는 인간의 약점을 건드리며 종국엔 눈물샘을 붙잡고 늘어진다.

이렇듯 가족애와 눈물의 결합은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가족"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가족"이 그야말로 "기댈 언덕"이 없었던 것에 비해 "우리형"은 원빈이라는, 관객 동원력이 센 스타의 든든한 뒷받침을 얻었다. 게다가 그 스타의 파격 변신을 끌어냈다.

KBS 드라마 "꼭지"와 "가을동화"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항적 모습을 보였던 원빈은 "우리형"에서 그러한 캐릭터의 강약을 한층 극대화했다. 욕을 마구 갈기는 데다 부산 사투리까지 쓰는 싸움꾼이지만 한편으로는 또래 여고생을 향해 지극히 촌스러운 사랑을 키운다.

전작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장동건과 뜨거운 형제애를 과시했던 그는 이번에는 신하균으로 파트너를 바꿨다.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전작에서는 장동건의 뒤에 서 있었다면, 이번에는 신하균의 앞에 자리잡고 있다. 제목은 "우리형"이지만 이 영화는 원빈을 위한 작품인 것이다. 실제로 원빈은 그러한 커진 비중에 답하려는 듯 성실하게 변신을 갈구했다.

영화는 홀어머니와 형제의 이야기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형 성현이만 끼고 돌았다. 언청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동생 종현이는 매번 찬밥 신세였다. 도를 지나칠 정도로. 도시락 반찬을 싸도 성현이 도시락 밑에는 소시지를 몰래 깔아놓고, 성현이한테만 좋은 점퍼를 사준다. 종현이는 어려서는 몸뚱어리 성하다는 "죄"로, 커서는 공부를 못하는 말썽쟁이라는 이유로 어머니의 눈밖에 난다.

하지만 세상사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는 아닌 법. "우리 형"은 표현하지 못해 온, 삶의 무게에 치여 묵묵히 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가족 구성원 간의 끈끈하고 농도 짙은 사랑을 제법 진하게 그렸다.

절대로 형을 형이라 부르지 않으며 자존심을 세우던 종현이 술잔을 기울이며 성현에게 "니는 세상을 다 가졌다"고 넋두리하는 장면은 바로 그 감춰진 속내를 살짝드러내 보이는 순간이다. "어른입네" 설치던 종현이 사실은 성현에게 "엄마를 가졌으니 니는 세상을 다 가졌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상처 입은 동생의 마음이요, 형에게만 부릴 수 있는 투정인 것이다.

아들 수술비 대랴, 살림 꾸려나가랴 천원에 두 장하는 팬티를 사 입는 억척스러운 어머니. 그 어머니의 맹목적이면서도 투박하고 아픈 사랑은 베테랑 연기자 김해숙을 거치며 완성된다.

형제가 나란히 좋아하는 여고생(이보영 분)이 "머리야 아프지 마라~"는 내용의 대단히 유치한 시를 읊고, 종현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나는 당신의 보디가드"라는 답가를 짜내기까지 고민하는 모습은 향수어린 유머다.

반면 서울대 합격하라고 붙인 부적이 비수가 돼 꽂히는 반전과 "돈에 몸이 팔린" 종현의 인정사정 없는 발길질은 가슴 뻐근하게 하는, 지난한 삶의 폭력이자 아이러니다.

"우리형"은 이 두 가지를 양 손에 쥔 채, 종국에는 강한 최루탄을 쏘아올리며 깊어가는 가을에 얼굴을 묻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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