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화 정책, 학계에서 한판 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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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화 정책, 학계에서 한판 붙다
  • 정은주
  • 승인 2005.06.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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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의료의 질과 경쟁력 향상, 반-의료는 공공재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두고 학계에서 찬반논쟁이 벌어졌다.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의료서비스"를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산업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둘러싸고 의료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고 환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선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찬성론과 민간이 의료를 주도하면서 의료의 보장성과 형평성을 추구하기 어려우며, 의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운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가 최근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을 발표, 의료기관에 대한 자본참여 허용을 검토하고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의료를 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육성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같은 논쟁이 벌어지게 된 것. 보건의료 경영·경제·행정학회는 지난 10일 제1회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의료서비스산업의 육성방향이 타당한가에 대해 찬반토론을 벌였다.


<찬성론>
의료서비스산업의 육성은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정적이고 지속으로 의료비를 지출하기에는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학적 변화구조로 인해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찬성입장에서 토론에 참가한 조선일보 김철중 기자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줘야 하지만 건강권의 의미는 계층에 따라 다르다"며 "다양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철중 기자는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나라에서도 영리법인을 채택하고 있는 병원은 10%선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정부지원 등으로 인해 비영리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영리법인은 세제상의 혜택 등을 통해 비영리기관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영리법인은 일반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영리법인으로 운영토록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도 줄기세포 연구 등을 산업화하기 위해선 수천억원대가 소요되지만 펀드나 국가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현 체계에선 자본 동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20년 동안 사용했던 의료기술이 최근 5년 사이 못쓰는 기술로 전락하는 것을 의료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고 이를 독점하는 것은 미래 의료산업에서의 경쟁력을 일컫는 것이며, 의료산업에 적정공급과 발전이 없다면 제약이나 의료기기 등의 유관산업도 결국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 의료의 산업화가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그룹장은 "최근의 의료산업화 논의는 공공의료를 없애도 자유경쟁체제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공공에 치우쳐 시장기능을 외면하지 말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공공시스템만으로 의료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저출산 고령화 등의 제반 여건도 바뀌었기 때문에 의료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리에서 의료서비스의 산업화에 찬성하고 있다.


<반대론>
의료서비스의 산업화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인제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시장원리를 통해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면 OECD 국가들은 왜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공공의료 재원확보에 충실하고 있나"라고 반문, 민간이 주도하면서 보장성과 형평성을 추구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료체계가 추구하는 목표에 어떤 시스템이 효율적인가를 볼 때, 김영민 교수의 발표는 환경분석은 잘 됐지만 정책대안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제약산업과 의료기기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지만 마지막 단계에 있는 서비스산업은 경제수단이 될 수 없고, 민간의료체계 하에서 타산업의 발전이 빠른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공공시스템에선 시장확대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충북의대 이진석 교수도 "의료산업화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으며, 우리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도 80%가 공공의료"라고 주장했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이태수 원장은 "의료서비스부문에 대한 경제논리적 접근의 문제점과 한계"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은 상황에서 전체 병원의 약 83%가 영리법인 병원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며, 영리의료기관의 효율성과 과잉지출, 도덕적 해이 등도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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