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못할 속사정 변실금, 우울증까지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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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못할 속사정 변실금, 우울증까지 가져와
  • 박현 기자
  • 승인 2012.07.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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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한 모 할머니(83세)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속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몇 달 전부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이 한 톨 씩 나와 일회용 패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할머니, 쑥스러워 함께 사는 딸에게는 말도 못했다.

평소 외출을 즐기는데 언제 어떻게 변이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냄새를 풍길까 무서워 밖에는 나가지도 못한다. 집 근처 병원에 가봤지만 노화현상이므로 뾰족한 치료가 없다는 말뿐이었다.

한 모 할머니는 결심을 하고 대장항문 전문병원을 찾아 '변실금'이라는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 걱정없이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됐다.

배변을 조절하는 항문 괄약근 기능에 문제가 생겨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을 쓰거나 재채기, 기침을 할 때마다 대변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현상을 변실금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항문도 함께 노화되기 때문에 괄약근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변실금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대장항문 전문병원 한솔병원 정춘식 진료원장은 “변실금이 생기면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되고 악취와 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외출을 기피하는 등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어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변실금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주요 원인은 항문 괄약근의 손상이다. 분만 때 출산을 돕기 위해 회음부를 깊이 절개했거나 치루·치핵 수술 때 괄약근을 많이 잘라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 생긴다.

또 다른 원인은 괄약근은 정상이지만 괄약근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된 경우이다. 척추손상, 직장탈과 같이 반복적으로 말초신경이 손상된 경우 당뇨병이나 대사성 질환의 후유증 때문에 변실금이 나타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직장의 탄력성이 줄어 배변감각을 느끼는 지각능력이 떨어진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즉 변비가 심해 배변 시 무리하게 힘을 주다가 신경이 늘어나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심한 설사나 설사약의 남용으로 인해 발병할 수도 있다.

변실금은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1단계는 방귀를 참지 못하는 정도, 2단계는 설사를 참지 못하는 정도, 3단계는 굳은 변을 참지 못하는 경우다.

가벼운 정도의 변실금은 약물치료를 통해 굳은 변을 보도록 훈련을 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때 케겔운동 등 괄약근의 힘을 강화하는 괄약근 운동법이나 본래의 배변 기능을 학습과 훈련을 통해 회복시키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방법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보존적 치료방법에 효과가 없거나 변실금 정도가 심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괄약근이 변형되거나 느슨해진 경우는 근육을 꿰매거나 느슨해진 부위를 당겨 주는 교정술을, 괄약근이 끊어진 경우에는 끊어진 근육을 다시 이어서 꿰매 주는 복원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술적 치료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수술초기의 성적은 매우 고무적이며 5년 정도 지나면 50% 이하에서 만족할 정도의 결과를 나타낸다.

괄약근의 신경이 손상되었거나 괄약근 손상 부위가 너무 광범위할 때는 교정술이 불가능해 항문 괄약근 성형수술이나 인공 괄약근 성형을 할 수 있으나 수술에 따르는 합병증의 위험성이 매우 높고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항문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 배변시간과 배변횟수를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 변비나 설사를 예방하는 것은 변실금은 물론 치질과 여러 항문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 된다. 그 외에도 항문에 힘을 주어 배변을 참는 연습을 하루 10~20회 정도 하면 항문괄약근을 강화시킬 수 있다.

정춘식 진료원장은 “변실금은 아직 확실한 수술법이 없어 증상이 발견되면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환자의 상태 및 변실금의 정도에 따라 식이요법과 약물치료, 그리고 주사요법을 병행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변실금은 대부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도움말=한솔병원 정춘식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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