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의 마비 '음식물 섭취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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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의 마비 '음식물 섭취장애'
  • 박현 기자
  • 승인 2012.02.10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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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뇌졸중 후유증, 뇌졸중 환자 10명 중 4명 '연하장애' 동반

최근 뇌경색을 앓은 최 모 씨. 가족과 병원의 신속한 대처로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뇌졸중 초기 영양섭취가 중요하다는 말에 가족들은 죽과 요플레를 수시로 먹이며 영양섭취에 힘썼다.

그러나 나이지기는커녕 며칠이 지나도 가래와 기침이 계속 되고 반복적으로 열이 나는 등 상태가 악화돼 응급실을 내원했다. 알고 보니 뇌졸중 후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연하장애'로 인한 흡인성 폐렴이 원인이었다.

삼킴기능 마비 오는 '연하장애' 뇌졸중환자 폐렴 원인, 생명 좌우할 수도

요즘처럼 강추위가 계속될 때는 뇌졸중 위험도 커진다.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인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을 일컫는다. 뇌졸중은 2010년 진료 인원이 74만명으로 심혈관 질환(104만명)에 이어 2위다.

최근 뇌졸중에 대한 초기 대응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망률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대부분 보행장애, 언어장애나 인지장애 등과 같은 여러 후유증을 남긴다. 특히 이러한 후유증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복병이 있으니 바로 목안과 혀 안의 근육들 마비로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하는 '연하장애'다.

음식물이 식도를 통과해 위의 입구에 도착하는 과정을 연하(嚥下)라고 한다. '연하장애'는 목의 근육, 신경에 문제가 생겨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는 장애다. 정상적으로 삼킬 때에는 음식또는 물이 기도 혹은 폐로 들어가지 않도록 호흡과 잘 조화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연하장애가 발생하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반복적인 경우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지는데 뇌졸중 환자의 경우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라 더욱 폐렴에 잘 걸리고 매우 치명적이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최근 4개월간(2011.10 ~ 2012.1) 뇌졸중 환자 34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38.8%(133명)가 연하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식사가 어려워 재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환자 10명 중 4명 꼴로 음식물 삼킴 기능의 장애가 동반되는 셈이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연하장애의 발생빈도가 더욱 높으며 방치할 경우 생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의료진들은 당부한다.

뇌졸중 환자 기능회복, 연하장애 회복에 좌우된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임선 교수는 “뇌졸중이 온 후 초기 영양상태가 환자의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하장애의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삼킴 기능을 빨리 회복하고 정상 식사로 돌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뇌졸중에 신속하게 대처했더라도 적절한 재활치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손상된 기능 회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하장애 치료의 중요성에 비해 가족은 물론 환자도 연하장애 자체를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 일반인은 음식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면 사레가 들리지만 연하장애가 생기면 삼킴 근육들은 물론 기침반사도 같이 마비돼 겉으로는 나타나는 증상이 없어 보인다. 환자도 음식을 제대로 삼켰다고 느끼게 되는 것도 연하장애를 간과하기 쉬운 이유다.

그러다 보니 퇴원 후 환자가 음식을 먹고 음식물이 기도나 폐로 들어가 병원으로 다시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임선 교수는 “겉으로 보이는 얼굴, 팔, 다리 근육에 마비가 오듯이 입안, 혀 및 목안의 근육들도 뇌졸중 이후 마비가 올 수 있으며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 모두 이에 대해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사 및 치료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 및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하장애의 대표적인 검사로 비디오투시검사가 있다. 조영제가 포함된 음식물을 환자에게 삼키게 하고 여러 방향에서 투시함으로써 어느 부위의 움직임이 나쁜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런 검사결과를 토대로 환자에 따라 삼킴에 사용되는 구강 및 인두 근육 강화운동, 호흡운동, 발성 훈련 등을 실시한다.

또한 차가운 면봉으로 목젖 양 옆쪽을 자극하면 연하반사를 촉진하기 때문에 연하반사가 저하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전기자극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또한 일반 죽보다는 연하장애 환자들에게 안전한 연하죽이나 연하제를 사용해 환자에게 맞는 식단위주로 재활훈련을 시작하고 점차적으로 정상식사로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 환자, 억지로 음식 먹이는 것은 금물

가족들의 역할 중요, 뇌졸중 환자는 인지나 행동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의료진은 물을 포함한 음식물을 입으로 함부로 드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특히 의식이 없거나 인지가 떨어진 상태에서 억지로 입으로 음식을 먹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폐렴 발생위험이 더 높다.

또한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강 위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침 분비량이 적어 구강 내 세균이 더 자랄 수 있어 초기에는 구강위생을 위해 하루 3번 이상 거즈나 부드러운 솔로 혀와 잇몸을 닦아주어야 한다.

연하장애를 먼저 발견하고 뒤늦게 뇌졸중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침을 자주 흘리거나 음식물을 삼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면 연하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가래와 기침, 미열이 발생하고, 식사 후 목소리 변화가 생긴다. 입안에 음식물이 고여있기도 하다. 그러나 증상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정확한 검사를 해 연하장애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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