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α’ 없는 진료위험도 상대가치 반영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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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α’ 없는 진료위험도 상대가치 반영 의미없다
  • 김완배
  • 승인 2005.05.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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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처리비용으로 한해 1천9백억 지출 의료계 일방 부담은 부당
의료계는 의료분쟁 비용으로 한해에 1천5백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명세 연세대의료법윤리학연구소장은 18일 건강보험 진료위험도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의료계는 지난 2003년에 1천5백65억원을 의료분쟁 총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손 소장은 이어 의료분쟁 총비용은 2006년에는 1천8백97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료분쟁에 따른 비용지출은 건강보험에서 급여가 되는 질환을 진료하는 도중 발생한 의료분쟁만을 계산한 것이라 자동차보험, 산재보험에 비급여부문까지 합칠 경우 의료분쟁관련 비용지출은 이보다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의료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진료과는 산부인과로, 손 소장이 대한의사협회 의사공제회와 법원 판결문, 그리고 제3자 중재기구 자료로 추산한 전문과별 의료사고 발생빈도 추계에서 23.89%를 나타냈다. 의료사고 4건중 1건 가까이가 산부인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그 다음으로 내과가 12.91%의 발생빈도를 나타냈으며, 정형외과와 신경외과가 각각 11.82%와 11.31%로 엇비슷한 빈도를 보였다. 외과와 소아과, 흉부외과도 각각 10.93%, 7.39%, 4.43%로 높은 발생빈도를 나타냈다.

손 소장이 의료분쟁에 사용되는 비용을 조사한 것은 건강보험 상대가치에 위험도를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은 건강보험 상대가치연구기획단의 결정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

이에 따라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는 이날 손 소장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공단 지하 대강당에서 건강보험 진료위험도 연구결과 공청회를 갖고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공청회 토론자들은 진료위험도를 건강보험 상대가치에 반영해야 한다는데는 이평수 공단 상무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을 보였으나 위험도를 반영할 때 별도의 보험재정을 추가하는 문제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이 상무는 진료 위험도 구분은 보상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전제하에 위험도를 꼭 반영해야 하는지에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 토론과정에서 위험도를 반영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을 바꿨다. 이 상무의 이야기의 핵심은 진료위험도를 반영해도 진료행위별로 상대가치 점수를 바꾸는 것일뿐, 총 보험재정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시민단체측 대표로 나온 경실련 신현호 변호사도 위험도가 많고 적음에 따라 상대가치를 조정해야지 보험재정의 총량을 올려놓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이 상무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플로어에서 외과의사라고 밝힌 한 참석자와 박상근 대한의학회 보험이사(인제대 상계백병원장)는 파이는 똑같으면서 상대가치 점수를 진료과별로 나누는 것은 문제라며 이른바 ‘+α’를 주장했다. 특히 박 의학회 보험이사는 열심히 진료하면 오히려 사고 위험성만 높아지는 현 의료제도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무과실 의료사고의 경우 정부나 공단에서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안했다.

손 소장은 무과실의 정부나 공단 책임론에 대해 공단을 사용자나 이행보조자로 보아 책임지게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소수설이나 일반설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석현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토론자로 나서 의료기술의 발달로 치료하지 못하던 환자도 치료하고 있다며 의료사고에 따른 위험을 사회적 비용으로 보아야지 의료계에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효길 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은 의료분쟁 지출비용을 2천억원 이상으로 추산해도 전체 보험재정의 2%로 채안된다며 전체 재정의 5% 가까이 되는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한편 위험도를 상대가치에 반영하는 방안에 있어서도 손 소장은 의사수나 병상수로 기준을 정하자는 주장한 반면, 이 상무는 행위건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옳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의료분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환자에 대한 보상금이나 합의금만이 전부가 아니다.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분쟁으로 의료기관들이 입어야하는 진료수익 감소와 병원 이미지 손상에 따른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의료기관들이 의료분쟁을 줄이려고 법무팀이나 QI실 운영 등 의료분쟁을 예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이같은 예방적 활동으로 환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의료사고 발생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진료위험도의 수가반영시 크게 참고해야할 것이다. 보험재정에 ‘+α’없이 진료위험도를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병원계의 시각이다. <김완배·kow@k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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