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방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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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방된 사람들
  • 윤종원
  • 승인 2005.05.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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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프리카의 한 산유국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알제리는 상처로 얼룩진 근대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스페인과 터키의 지배를 받은 데 이어 19세기 초반부터 130여 년간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고 1962년 독립까지 10년 가까이 진행된 독립전쟁에서는 5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를 전후로 수많은 알제리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프랑스로 새 보금 자리를 찾아 떠났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에 사는 알제리계 남녀가 알제리로 가는 먼 여행길을 떠난다. 거리는 대략 5천㎞. 이들은 배와 기차를 타고, 혹은 걷기도 하며 그들의 부모가 왔던 길을 거슬러가고 여전히 이 길을 통해 프랑스로 향하는 알제리 사람들과 마주친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추방된 사람들"(Exils)은 이젠 모국어도 잃어버린 두 알제리 청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알제리에 뿌리를 둔 프랑스인이며 알제리인들의 전통적인 유랑 기질을 타고 난 토니 갈리프 감독은 테크노에서 알제리의 토속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의 리듬 속에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있다.

남자의 이름은 자노(로맨 뒤리스)다. 아버지가 남겨준 바이올린을 벽 속에 묻고 그는 자신의 근본을 찾는 여행을 결심한다. 남자가 적극성을 띠고 있다면 여자는 좀더 수동적이다. 여자의 이름은 나이마(루브나 아자벨). 아랍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가본 적도 없는 알제리는 그저 먼 나라밖에 안된다. 태어나서 자란 곳 프랑스가 모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곳에서 그녀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을 가로질러 알제리에 가자!" 자노의 제안에 훌쩍 길을 떠나는 두 사람. 옛날 부모들의,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망명길을 온몸으로 느끼며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알제리에 도착하지만 알제리 역시 어색하기만 하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한바탕 열병을 치르고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충격을 받아들인다. 영화의 막바지 10분 넘게 길게 이어지며 인물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전통 의식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자노와 나이마는 음악과 춤 속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고 서로에 기댄 채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뜬다.

지난해 칸영화제의 감독상 수상작이지만 두 남녀 배우들의 후반 열연은 당시 열렬한 환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상영시간 103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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