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대표 부패방지위원장과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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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대표 부패방지위원장과 면담
  • 최관식
  • 승인 2005.05.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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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정책 개선 없이 근본적 부패방지 어렵다
의약계를 대표하는 단체장들이 국가경쟁력 향상과 국민 통합을 위해 투명사회 구현과 부패방지에 앞장서기로 뜻을 모으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 정부측에 협조를 구하고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정부도 근본적인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잘못된 제도나 정책의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해당 단체와 함께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기로 했다.

유태전 대한병원협회장을 비롯한 5개 의약계 단체 대표들은 정성진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과 이영근 정책기획실장, 홍현선 제도개선심의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의약계 제도 개선과 투명화를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4일 오전 10시 부패방지위원회 1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성진 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약단체 대표들이 모두 방문해 주셔서 경의와 환영의 뜻을 올린다”며 “부패방지위원회는 사회 윤리문제 뿐만 아니라 부패방지는 곧 국가의 경쟁력 향상과 국민 통합을 위한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여러분의 협조와 도움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이어 “의약분야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인 만큼 경쟁력 확보 노력에 여념이 없겠지만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할 때 투명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재정 의협 회장은 “과거의 관행이라 할 수 있는 의약품 비리에 대해 5개 단체가 자율정화 결의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리베이트 문제만 하더라도 해방 이후 최근까지 죽 이어져 내려온 것이 사실이며 지난 정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여왔고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깨끗해졌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김재정 회장은 “그러나 아직도 일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데는 5개 단체장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스스로 정화해 나가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이달 안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강도 높은 자율정화 실천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김정수 한국제약협회장은 “소방식 반짝 단속만으로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겠지만 5개 단체가 힘을 합쳤고 자율적으로 1년 정도 지켜나가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태전 대한병원협회장은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의 보관과 관리에 필요한 비용만큼 마진을 인정했으나 이 부분이 제외되면서 병원경영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9~10%의 중소병원이 도산하고 8천700억여원의 진료비가 지급되지 못하고 건강보험공단에 압류돼 있는 등의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부패방지에 앞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유태전 회장은 “병원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날로 경쟁이 심화되고 시설 및 장비에 대한 신규 투자가 늘면서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병원이 어음할인 등 도움을 요청한 부분이 비리로 비쳐진 측면도 있다”며 “그 외에도 대형병원을 통한 임상실험과 신약 설명회 등을 통해 지급된 실비가 마치 병원계의 고질적인 비리인 것처럼 인식돼 왔으나 앞으로 이런 부분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양성화시키는 방안을 협의 중인 만큼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외국처럼 학회 참석 비용이나 연구비 지원 등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비해 병원의 재무구조는 매우 투명화됐으며 앞으로 자율정화위원회 활성화를 통해 양성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목 대한약사회장은 “의․약계는 공공성이 매우 중요한 직종인 만큼 자율과 시장원리를 너무 과도하게 요구할 경우 자칫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과 자율정화를 유도하는 순차적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급작스럽게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게 될 경우 결코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율정화에 기대를 걸어 달라고 말했다.

주만길 한국의약품도매협회장은 “도매업계의 경우 최근 5년간 업소가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작은 마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문제가 많은 것처럼 비쳐지지만 허가요건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성진 위원장은 “여러분의 좋은 지적이 앞으로 업무를 추진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패방지위원회는 그간 부패를 유발하는 근원적인 제도 개선에 노력해 온 만큼 행정적인 측면의 개선은 해당 부처에 건의하고 국민 감정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개선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홍현선 제도개선심의관은 “초기에는 리베이트 근절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가격(의료수가)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 없이는 접근하기 힘든다는 난제에 봉착하게 됐다”며 “의료의 경쟁력 확보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만큼 올 상반기 안으로 단기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연말까지 법령과 제도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관련 단체들이 좋은 취지에서 적극적인 협조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이 제기한 문제는 하나같이 모두 절실한 과제들이며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부패 척결도 요원한 만큼 관계 부처와 협의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성진 위원장은 “우리는 결국 같은 배를 타고 있다”며 “이같은 공통의 고민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한 의약계 대표들은 한결같이 ‘처벌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궁극적으로 제도의 개선을 통해 투명화를 유도해 나가줄 것을 부패방지위원회에 거듭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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