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에쥬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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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에쥬케이터
  • 윤종원
  • 승인 2005.05.0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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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보다는 한결 산뜻하고 현실적이다. 똑같이 거침 없는 젊음, 피 끓는 혈기를 그렸지만 "에쥬케이터"와 "몽상가들"의 요리법은 대단히 다르다. 취향 나름이겠지만 "에쥬케이터" 쪽이
좀 더 먹기 편하다.

제목 "에쥬케이터(edukator)"는 에듀케이터(educator)의 독일식 발음. "무소불위의 젊음" 피터(스티페 에르켁 분)와 얀(다니엘 브륄 분)은 스스로를 부르주아의 "교육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밤마다 부자들의 집에 무단침입, 마치 설치 미술을 하듯 가구와 물건들을 재배치해놓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도둑질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해괴망측한 행동을 통해 부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부자들에게 "돈이 너무 많다"는 죄명을 씌우는 이들은 침입한 집에 "풍요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 에쥬케이터"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20대에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것이고, 40대에도 마르크스주의 자이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영화는 이 메시지를 비교적 충실하게, 또 현실적으로 다뤘다. 피터와 얀, 그리고 피터의 여자친구 율(율리야 옌치)은 자유주의와 청년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부의 편중에 따른 사회 부조리를 깨기 위해 청년들은 뭐라도 해야한다는 것. 그게 미약할지라도 말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하이덴베르그(버그하르트 클로즈너)의 존재다. 30여년 전에는 68세대의 선봉에 서 있었지만 지금은 대저택에서 명차를 몇대씩 굴리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한스 바인가르트너 감독은 하이덴베르그를 내세워 이상과 현실, 세월에 따른 변화를 부담없이 그렸다.

일이 꼬이는 바람에 하이덴베르그를 납치하게된 주인공들은 뚜렷한 대책도 없이 하이덴베르그와 기이한 동거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하이덴베르그와 청년 셋은 조금씩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양쪽 사이에 놓인 벽은 유명무실해진다. 하이덴베르그는 청년들의 모습에 자신의 순수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고, 청년들은 순수한 이상을 위협하는 뜨거운 사랑의 감정에 흔들린다.

과거에는 혁명의 핵이었으나 지금은 두말없이 보수당에게 한표를 던지는 하이덴베르그의 모습은 어쩌면 이들 청년의 미래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는 모른다.

설사 안다 해도 지금의 청년은 청년이어야 한다. 다소 엉뚱하기도 하지만 감독은 이 부분에서 균형감각을 보였다.

100% 디지털 촬영에 핸드 헬드 기법을 적절히 사용한 영화는 깜찍한 결말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청년들과 하이덴베르그가 서로를 배반하는 것. 경쾌한 결말이 다소 혼란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뒷맛이 개운한 것은 사실이다.

"굿바이 레닌"의 다니엘 브륄이 "얀" 역을 맡아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15세 관람가이며 6일 전국 5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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