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이노센스
상태바
<새 영화> 이노센스
  • 윤종원
  • 승인 2004.09.16 0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이노센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노센스"는 1995년 화제를 몰고 온 "공각기동대"의 속편으로 9년 만에 야심차게 선보이는 작품. "이노센스" 역시 실사 SF 영화에 못지 않은 화려한 비주얼과 인간 본질에 접근해 가는 철학적 내용으로 "공각기동대" 못지 않은 중량감을 전달해준다.

그가 "이노센스"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만들려고 하나"라는 의문. 이는 "앞으로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이노센스"는 국가 개념이 사라진 가까운 미래인 2032년을 시간 배경으로 한다.

"공각기동대"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으로 주인공은 "공각기동대"의 "구사나기"의 동료이자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린 형사 "버트".

어느날 애완용 여자 사이버그인 가이노이드(소녀형 로봇)가 갑자기 이상을 일으키며 주인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던 중 버트는 자신이 소속된 공안9과의 유일한 "진짜" 인간인 "토그사"와 함께 파트너가 돼 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간다.

"가이노이드"를 만든 제조업체 로커스 솔루스사를 중심으로 사건을 수사하던 버트와 토그사 팀은 인간과 사이보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양한 인물과 인형들을 만나게 된다.

오래된 일본계 폭력단 홍진회, 인형과 인간에 대해 독자적 의견을 피력하는 검시관 하라웨이, 스스로 자살을 결심하는 안드로이드, 버트의 수사를 방해하고 버트의 전뇌(電腦)를 해킹하는 다케나카 나오토, 축제기간에 인형을 불태우는 인간들의 모습 등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결국 "로커스 솔루스"사의 비밀을 파헤쳐 내 실제 생명체의 고스트(영혼)를 로봇에 복사하는 불법행위인 "고스트 더빙"을 통해 생명체의 모습을 띤 "가이노이드"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러면서 로봇이라면 굳이 인간의 형상을 할 필요가 없을텐데 굳이 인간의 모습을 하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한다.

감독은 주인공들의 입을 빌어 "인간들은 스스로 기계화하고 자신을 낳은 자연을 넘어서려 했다"면서 "인간도 기계 부품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느끼기 때문에 인간이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만들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은 또 부분 부분 밀턴, 데카르트, 공자, 성경 등을 인용한 철학적인 메시지로 고차원적 사고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것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인간중심주의적 입장이 얼마나 편협한 것이며 인간 이라는 기준에서 나아가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애니메이션보다 한 차원 높은 실사 영화같은 비주얼, 주인공 버트의 기억과 실제를 오가는 치밀한 편집, 홍콩에서 모티브를 따온 "차이니스 고딕"이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음울하면서도 섬세한 미래 도시의 정경, 우울하면서도 장중한 배경 음악 등도 감상포인트.

버트의 애완견과 "토그샤"가 마지막에 딸에게 선물하는 인형 등도 묘한 여운과 함께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프로덕션 IG"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제작협력으로 만들어졌다. 10월 8일 국내 개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