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행진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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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행진을 막아라
  • 박현 기자
  • 승인 2011.04.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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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의대길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표 교수

         이상표 교수
주말 야외로 꽃 구경을 다녀온 A 씨. 가족들과 함께 오랜만에 산과 들이 펼쳐진 야외로 나가 흐드러진 벚꽃 아래서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까지는 좋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었던 A 씨는 반복되는 재채기와 콧물로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 속에 찍힌 벚꽃만 봐도 코끝이 간지러워 진다. 다시는 벚꽃구경을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벚꽃은 억울하다. 봄철 가장 흔한 것이 벚꽃이다보니 '꽃가루 알레르기'하면 떠오르는게 벚꽃이지만 벚꽃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인자는 아니다.

가천의대길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표 교수에게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리와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 벚꽃?

꽃가루 알레르기는 나무, 꽃 등이 뿜어내는 꽃가루가 원인이 돼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가루가 많이 날리는 봄이나 가을철에 증상이 심해지는 계절성 비염과 천식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가루를 많이 내뿜는 꽃일수록 알레르기를 쉽게 유발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레르기 유발여부는 사실 가루가 우리 몸 속 점막을 얼마나 잘 투과하느냐에 달렸다. 송화가루는 가루의 양만 보면 나무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지만 소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가루의 성분이 우리 몸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점막을 잘 투과할 수록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봄에 벚꽃축제에 갔다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했다고 해서 그 원인이 벚꽃에 있는 게 아닌 원리도 이와 같다. 벚꽃과 같은 충매화는 바람에 잘 날리는 꽂가루의 양이 많지않아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도 적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봄에 피는 꽃은 대부분 충매화다.

알레르기질환의 원인되는 것들은 대부분 풍매화이다. 자작나무나 오리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은 국내 환자들에게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나무들이다. 이 나무들은 봄꽃이 피는 3~5월 많은 꽃가루를 내뿜고, 바람이 이를 확산시켜 알레르기 환자들을 곤욕스럽게 한다.

벚꽃놀이를 갔는데 꽃가루 알레르기가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는 근처 산 등에서 날아온 풍매화 가루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대로 알레르기 환자라도 주변 환경만 잘 살펴 대비한다면 모처럼의 벚꽃구경을 망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집안에 들여놓는 쑥과 식물의 화분이나 조경으로 쓰이는 자작나무 조각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꽃보다 유전, 유전보다 환경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도 한 봄날에 상춘객의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하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은 무엇일까.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적 소인이 크게 작용하는 질환이다. 부모 중 한명이 질환을 갖고 있다면 자녀에게서 알레르기가 발병할 가능성이 50%, 부모가 둘 다 질환이 있다면 자녀 75%에게서 발병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분석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해 동안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556만명으로 2002년 302만명보다 254만명이 늘었다. 7년 새 거의 두배가 늘었고 이는 진료비 통계를 기준으로 각종 질환 가운데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를 비롯해 봄철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급증한 것은 황사와 온난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알레르기 유발 인자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점막이 비슷한 시기에 황사와 같은 오염물질로 인해 1차 공격을 받은 후 꽃가루로 2차 공격을 받을 경우 증상은 더욱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온난화로 꽃이 피고, 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도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행진'하는 알레르기를 그대로 두면

대부분의 알레르기성 질환이 그렇지만 꽃가루 알레르기의 경우도 유발인자와의 접촉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지역보다 고온다습한 지역이 알레르기 발병을 줄인다고해서 당장 알맞은 기후를 찾아 이사를 갈 수는 없으니 알레르기 요인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수단인 셈이다.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원인물질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환자증상에 대한 문진과 피부 테스트, 혈액채취 등의 진단으로 원인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회피하는 방법만으로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우리 주변에는 환자 본인이 알게 모르게 수많은 원인물질이 널려있기 때문에 회피방법은 언제든 증상을 악화시킬 소지를 안고 있다. 알레르기에 대한 원인을 파악했다면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꽃가루에만 알레르기를 보이다가 다른 원인 물질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결국 원인물질이 하나씩 늘어 복합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행진(allergy march)'이 계속되지 않도록 그 단계에서 멈추게 하는 치료를 늦춰서는 안되는 이유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저농도부터 시작해 경구복용을 하게하는 편리한 면역치료법이 도입됐다. 반응을 보이지 않을 만큼 미량을 투입하면서 점차 양을 늘려가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투약 시에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물치료와 달리 원인물질에 대한 면역성을 길러 근본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없애기 위한 과정이다. 면역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알레르기 상태와 면역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꽃가루 알레르기 등 알레르기 질환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재채기와 콧물이 나서 중요한 자리에서 민망한 경험을 하게 되거나 마음놓고 꽃축제에 갈 수 없는 것은 불편함에 불과하다. 적당한 시기에 원인물질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천식 등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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