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드럭스'로 본 파킨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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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드럭스'로 본 파킨슨병
  • 박현 기자
  • 승인 2011.02.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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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조기에 치료계획 세워 실천하면 일상생활 정상적 유지 가능
상실감과 절망감 큰 파킨슨병,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운동해야 좋아

“아내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파킨슨병은 그녀의 미소, 건강, 매력 등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러브&드럭스'의 한 대사다. 이 영화는 바람둥이 제약회사 세일즈맨과 파킨슨병에 걸린 여성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파킨슨병이 환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 등의 가족에게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병임을 보여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환자는 2004년 4만여 명에서 2008년 6만6천여 명으로 연평균 13.9%씩 꾸준히 증가해 5년 간 1.7배가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환자와 보호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수칙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환자와 보호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들어봤지만 생소한 질환,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량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운동질환이다. 이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희귀 난치성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퇴행성 질환이어서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70% 이상 손상되어야 증상이 나타나 초기진단이 어렵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근육경직, 서동(느림) 및 진전(떨림), 자세불안정, 보행장애와 같은 운동장애로 나타난다. 걸을 때 발의 한쪽이 땅에 끌리거나 팔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기도 하고, 쉽게 화를 내거나 얼굴의 표정이 사라지고 목소리가 작아지는 수도 있다.

운동장애 이외에 소화장애 및 변비, 우울증, 설명되지 않는 통증, 수면장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의심되면 가까운 병원의 파킨슨병센터를 찾아 조기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검진결과 파킨슨병으로 판명되면 체계적인 치료와 함께 환자와 보호자가 병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실천하면 직장생활 및 일상생활에 큰 지장없이 잘 지낼 수 있다.

▲적극적인 운동요법

파킨슨병환자는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요법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운동은 굳어진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체력을 키우며 삶의 의욕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에, 약물을 한 두 가지 더 복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흔히 하는 스트레칭과 유산소운동이 파킨슨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은 유연성을 기르고 뻣뻣한 근육을 풀어주어 특히 유용하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따뜻한 수건으로 근육 마사지를 해주고, 동작 하나하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15초 이상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운동이 중요한 만큼 최근에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더라도 평소에 하던 운동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움직임이 점점 둔화돼 운동량이 줄어든다면 운동 패턴을 변경해 지속하고, 복지관 등 기관이나 단체에서 하는 단체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파킨슨병이 있으면 피로감을 쉽게 느낄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가능한 적당한 운동량을 파악해 시간을 정해서 여러 차례로 나누어 운동을 하되, 가능한 한 약 기운이 있을 때 실시하는 것이 좋다.

▲식사 및 배뇨장애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파킨슨병 환자는 손 동작이 느려지거나 손이 떨려 식사를 하기 어려울 수 있고 삼키는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소량씩 자주 식사를 하도록 하고, 가능한 한 약물효과가 식사시간에 최고조에 달하도록 시간을 조절해 손 떨림을 줄인다. 또 그릇이나 컵에는 음식물을 가득 담지 않은 것이 좋고, 컵은 두 손으로 들거나 빨대를 이용하면 좀 더 편하다.

변비나 배뇨장애도 파킨슨 환자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환자에게 적절한 배변습관을 익히게 하고 장의 기능을 돕는 훈련이 필요하다.

정선주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약물로 인해 변비 등의 배변장애가 생길 수 있는데, 이때 변비약을 임의로 복용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관장 등의 적절한 방법을 쓰거나 약물처방을 받는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장 운동 개선제인 '레보실피라이드' 성분의 약물은 파킨슨병의 증상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금기해야 한다.

또한 매일 배변을 안한다고 무조건 변비로 볼 필요는 없다. 3~4일에 한번 배변을 하더라도 규칙적이고 잔뇨감이 없으며 치열 등이 생기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변비예방을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날마다 야채와 곡물, 섬유질 식품을 섭취한다.

이밖에 소변을 보는 배뇨기능에 문제(빈뇨)가 있으면 소변기를 환자 곁에 놓아두는 것이 좋고, 심하면 약 처방을 받는다.

▲적당한 높이와 딱딱한 가구 좋아

파킨슨병환자는 몸이 굳고 행동이 느려지기 때문에 푹신한 매트리스보다는 단단한 침대가 움직임을 편하게 해준다. 되도록 침대의 폭이 좁고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것이 일어나기 쉽고, 침대의 끝에 끈을 매달아 두거나 옆에 단단한 의자를 두면 잡고 일어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의자 역시 마찬가지. 바퀴가 달린 의자는 낙상의 위험이 커 피하는 것이 좋다.

파킨슨병환자는 움직일 때 첫 발을 떼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움직이기 힘들거나 발이 떨어지지 않을 때는 급하게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면서 반동으로 일어난다. 넘어졌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일단 편한 자세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이어 주변의 단단한 의자나 낮은 탁자 등 의지할 수 있는 물건을 잡고 일어난다. 이때 가족들이 섣불리 도와주다가 다칠 수도 있으므로 재활치료사 등의 전문인으로부터 행동요령을 미리 숙지해 익혀두는 것이 좋다.

파킨슨병환자는 수면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잠을 깊이 못 들거나 새벽에 깨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에는 충분히 자고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키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또 밤중에도 실내등을 완전히 끄지 말고 스탠드를 켜놓거나 사람인식 센서가 부착된 등을 설치해 환자가 넘어지지 않고 화장실 등을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파킨슨병은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병이 진행될수록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 따라서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 상실감 등으로 인해 환자나 보호자가 정신적으로 더 힘든 병이기도 하다.

정선주 교수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보다는 병의 진행과정을 이해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약물치료와 적극적인 운동요법을 통해 증상의 현격한 호전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고”고 조언했다.<도움말=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파킨슨병센터) 정선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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