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 한글화로 의사-환자 소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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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 한글화로 의사-환자 소통을
  • 박현 기자
  • 승인 2010.11.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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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아주대의료원, 11월4일 공동 심포지엄 개최

의사와 환자 간 소통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의학용어 역할 및 한글화 타당성을 모색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11월4일 대한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열렸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와 아주대학교의료원(원장 소의영)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의학용어 한글화와 소통의 문제'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으며 의학용어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한글화 이래서 해야 한다'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아주의대 해부학교실 정민석 교수는 “의학용어 한글화는 꼭 필요하며 우리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의학용어를 쉽게 바꾼다고 해서 의학이라는 학문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영어로 된 옛 의학용어를 우리말로 대체하는 것은 '익숙함' 때문에 쉽게 실천하기 힘들지만 새 용어를 사용해보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그리고 환자들까지도 더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법조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법률용어 쉽게 풀어쓰기는 법조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용어선정과 의견조율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의학계도 부단한 노력을 거쳐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우리말 의학용어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울산의대 박인숙 교수는 “의학용어에 한글용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한글용어가 반드시 '(한자어가 아닌) 우리말'일 필요는 없다”면서 “한자어를 무리하게 한글로 바꾼다면 의사들 간 소통의 벽이 생길 수 있으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의학용어 한글화에 있어 누구나 아는 '맹장'을 '막창자꼬리'로 바꿔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누구나 아는 용어 및 바꾸나 마나한 용어는 현상태로 유지하고 슬관절(무릎뼈), 안검(눈꺼풀), 치은(잇몸)처럼 바꿔야 할 것들만 과감히 정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 의학용어의 우리말화가 민족주의와 연계되거나 우리말화로 인해 학생 및 의료계 전반의 영어학습력,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울산의대 최창민 교수와 고려의대 이영미 교수는 의사ㆍ환자 간 소통문제와 관련해 의학용어의 어려움이 소통의 벽이 될 수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최창민 교수는 “의사들끼리는 전문용어로 대화가 되지만 어려운 의학용어를 환자가 못 알아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로 인해 발생한 소통단절 문제는 의사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소통단절은 용어의 어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에서 발생한다”면서 “어려운 의학용어를 환자의 나이, 교육수준 등에 맞게 풀어내고 설명할 줄 아는 것도 의사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16분 분량의 기관지내시경 설명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환자에게 부작용, 검사방법 등을 쉽게 설명하기위해 16분이라는 시간이 들지만 이런 노력이 의사ㆍ환자 간 소통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면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려의대 이영미 교수도 “의사들이 환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용어를 쉽게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운 용어를 잘 사용할 수 있는 관점, 인식, 행동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영미 교수는 “의사는 환자의 물음에 성실히 답하고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면서 “용어가 어려워서 환자가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설명력이 부족해서 못 알아듣는 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한다”고 환자를 무심히 대하는 일부 의사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 교수는 “환자가 엑스레이 필름을 들여다보며 궁금해 하면 '보면 알아요?'하고 답하지 말고 '의사는 환자를 존중하고 있으며 환자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다'는 태도로 최대한 쉬운 용어를 사용해 설명해 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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