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을 위한 경쟁은 필요하다. 경쟁없이 발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건강을 지키는 병원들 간의 지나친 경쟁이 원만한 의료혜택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대형병원들의 규모의 경쟁으로 인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돼 의료전달체계가 마비된지 오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의료기관 종별, 지역간 협력부재와 무차별 경쟁이 벌어지면서 원활한 의료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의원은 인근 병원이나 종합병원보다 대학병원에 환자를 의뢰하고 병원이나 종합병원은 의원과 외래환자 유치경쟁을 하고 있다. 또 대학병원은 치료가 끝난 후 1, 2차병원으로 다시 의뢰하지 않고 계속 외래로 진료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은 훌륭한 의사, 막강한 자본, 첨단장비 등으로 무장돼 환자집중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점이 커다란 문제다.

의대 졸업 후 수련을 위한 전공의 집중, 새로운 지식 및 치료법 개발에 따른 지식독점, 신의료기술과 신의료장비 도입, 안정된 직장과 사회적 평판으로 전문의 집중, 대학병원 브랜드와 언론의 부채질 등으로 환자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44개 종합전문병원의 2009년도 6개월 진료비 청구액 2조7천억원 중 소위 빅4 병원의 청구액이 8천억원(30%)에 달할 정도로 일부 병원의 독점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격과 질이다. 의료시설과 의료장비 및 의료인력의 차이에 비해 가격탄력이 성립하기 어려워 환자 쏠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건강보험 가격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대학병원도 시설, 장비, 인력, 교육에 따른 비용을 감안해 진료비를 높이려고 하지만 정부가 가격을 규제하고 있다. 환자 흡인력과 낮은 가격이 겹합돼 집중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종합전문병원 환자쏠림을 막기 위한 단기적 대책으로 외래 진료의뢰서를 1회 방문으로 제한하는 등 건강보험 진료의뢰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종합전문병원의 외래진료비를 병원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입원료의 대폭 상향조정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끝으로 1차 의료서비스(생애전환기 검진, 상담, 영양지도 등)를 급여화하고, 일률적인 수가체계를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병원의 교육 및 연구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추진해야 한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막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된 의료공급이 이루어질 수 없다. 같은 값이라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환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