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왕따된 미국, 낙태금지 주장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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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왕따된 미국, 낙태금지 주장 철회
  • 윤종원
  • 승인 2005.03.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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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회의 폐막 성명에 낙태를 반대하는 취지의 문구 삽입을 추진하려던 미국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다른 회원국들의 반대여론에 굴복해 결국 이를 철회했다.

이 회의에서 유엔 회원국들은 1995년 중국 베이징(北京)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양성(兩性) 평등 실현원칙을 재확인하는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느닷없이 이 성명에 "베이징 대회를 통해 낙태의 권리를 포함해 어떠한 새로운 인권조항도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는 문구를 삽입하자"고 제안해 논란이 야기됐다.

1995년 당시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 행정부도 베이징 선언의 채택에 찬성했으나 이후 보수층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조지 부시 대통령은 국내의 보수 회귀 분위기를 의식해 유엔에서 낙태 반대 입장을 밀어붙이려 한 것이지만 다른 유엔 회원국가들은 당연히 이에 반발했다.

이 문제에 관해 거의 모든 국가들로부터 반대에 직면한 미국은 "유엔 문서에 낙태의 권리가 명문화되지 않은 것으로 만족한다"면서 물러섰다.

여성지위위원회 회의 미국 대표인 엘런 사워브레이 대사는 4일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선언의 문구수정 노력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워브레이 대사는 그러나 이런 방침이 `굴복"이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사워브레이 대사는 "1주일 간의 심도있는 협의를 통해 많은 유엔 회원국 대표들이 낙태와 같은 문제는 각국 정부에 방침을 맡기는 것으로 베이징 선언을 해석하고 있음을 확인해준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국가들로부터 베이징 선언이 낙태의 권리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는 우리의 해석이 자신들의 해석과 일치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따라서 선언문 수정시도는 불필요한 일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사실상의 승리"라고 본 사워브레이 대사의 언급과는 달리 지난 2주간 이 문제를 두고 열린 유엔 회원국들의 토의에서 미국은 `왕따" 신세를 면치 못했다. 130개국의 대표 6천여명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한 국가는 거의 전무했다.

오히려 `베이징" 선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와 가족, 교육, 정치 등 부문에서 여성 평등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문제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려고 했던 많은 국가의 대표단은 미국의 `엉뚱한 딴죽걸기"에 분노를 표시했다.

결국 미국은 `베이징" 선언이 낙태의 권리를 인정한 문서가 아니라는 `비공식확인"을 받아냄으로써 국내 보수층의 입맛에 영합하는 효과는 거뒀을지 모르지만 `국제기구에서 일방적인 주장만을 펼치는 국가"라는 이미지는 더욱 굳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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