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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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코러스"
  • 윤종원
  • 승인 2005.02.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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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부정과 사도의 추락이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요즘 한가한 낭만주의 같으면서도 가슴 한 켠을 꾹 누르는 영화가 선보인다. 작년 프랑스에서 900만명을 동원했다는 "코러스"다.

1949년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마르세유의 작은 기숙사 학교. 가난한 아이들을 한데 모은 이곳에서 열정 없는 교사들은 학생을 벌레 취급하고 학생들 역시 온갖말썽만 부린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소진하며 비뚤게 살아갈 뿐이다. 이곳에 실패한 작곡가 마티유(제라르 쥐노 분)가 음악 선생으로 부임한다.

영화는 관객이 예상하는 그대로 흘러간다. 겉으로 보기엔 별볼일 없는 선생과 학생들이 만났지만 사실 선생은 진정한 스승이었고, 스승의 헌신적인 가르침에 아이들의 얼었던 마음은 녹는다. 감옥 같은 학교는 봄날을 만났고, 선생은 아이들에게서없던 재능을 끌어낸다. 그게 이 영화에서는 합창인 것.

파리가 배경인만큼 소년들의 합창은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 합창단"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이들은 프랑스 전역에서 발굴한 20여명의 실제 합창단 아이들. 발성기전 소년들의 미성은 천사와 같다.

영화는 구제불능일 것만 같던 아이들이 노래를 통해 마음을 열고 부드럽게 다듬어지는 모습이 바로 교육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코 그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그저 착하고 인자한 선생의 별 욕심 없는, 그러나 인간에 대한 사랑에 발로한 행동을 조용히 따라간다. 그리고 그에 따라 치유되고 길들여지는 아이들의 변화를 단풍에 물이 들 듯 묘사했다.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라며 동료 교사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모항쥬(장밥티스테 모니에)가 사실은 천사의 마음을 가진 여린 소년일뿐이라는 것은 마티유가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드러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렇듯 마티유는 몇번이고 참아내며 상처받아 일그러진 아이들의 영혼에서 티 없이 맑은 동심을 끌어내려 노력한다.

정신병원에서 온 소년의 에피소드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결말이 좀 아쉽긴 하다. 그러나 설교적이라거나 극적인 감동으로 몰지 않은 점은 높이 살만하다. 노래를 배우면서 아이들의 표정이 환하게 변하는 것, 마티유가 아이들 하나하나의 목소리를 따져 합창 파트를 정해주는 것이 바로 교육. 영화는 단 한순간도 힘을 주지 않았지만 진정한 스승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게 한다.

1945년 "나이팅게일의 새장"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3월 3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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