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두남자의 질긴 인연 "플라스틱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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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두남자의 질긴 인연 "플라스틱시티"
  • 윤종원
  • 승인 2009.07.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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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의 리베르다데 구역. 키린(오다기리 조)은 양아버지 유다(황추성)와 함께 다양한 불법사업을 벌이며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하지만, 신흥조직들이 이 구역에 들어오면서 유다와 키린의 세력은 타격을 입는다. 결국, 조직간 세력 다툼 끝에 유다는 철창행 신세를 지고, 키린은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다.

여기까지만 보면 "플라스틱 시티"는 전형적인 누아르 영화다.

하지만, 작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이 영화는 복수를 끝낸 주인공의 비장한 죽음이라는 누아르의 천편일률적인 공식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촬영과 연출을 넘나드는 홍콩의 재주꾼 유릭와이 감독은 그러한 누아르적 장르를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인다.

이를테면 인연의 끈을 이야기하는 불교적 세계관 같은 것들이다.


일단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은 키린과 유다의 관계다. 키린은 정글에서 양친을 잃고, 마침 지나가던 유다가 그를 구한다.

영화는 이 두 인물에 시종일관 초점을 맞춘다. 키린은 한때 아버지의 여자에게 빠질 뻔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키린과 유다는 친혈육을 능가하는 진한 부자관계를 선보인다. 키린은 목숨을 내놓고 유다를 위해 싸우고, 유다는 키린을 위해 세력권을 신흥조직에 양도한다.

영화가 브라질의 울창한 숲에서 시작해 숲에서 끝나는 것도, 그리고 키린과 유다의 만남에서 시작해 그 둘이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것도 둘의 인연의 깊이를 강조하는 불교적 세계관의 단면이다.

눈길을 끄는 건 유릭와이 감독의 색에 대한 감각이다. 영화 도입부부터 붉은색과 검은색을 사용해 브라질의 숲을 묘사하는 장면은 근사하면서도 유려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여기에 시선을 압도할만한 감각적인 장면들이 상당수 등장해 영화의 격을 높인다.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연기자 황추성(黃秋生.황추생)의 내면 연기와 복잡 미묘한 감정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오다기리 조의 연기도 출중하다.

다만, 이 작품은 하나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가는 영화는 아니다. 요컨대 정서와 상징에 무게중심을 둔 영화여서 그런지 전개 방식이 깔끔하지 못하다. 기승전결에 따른 전통적인 플롯에 익숙한 관객들은 95분의 상영시간이 지루할 수 있다.

15세 관람가. 7월30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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